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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즈

미아른 합작

놑트 2016. 2. 29. 01:09
Martin Chalfie x Druid Mia
“ 약속 ”
written by. 나인데이

*마틴과 미아가 어릴 적 친한 오빠&여동생 사이였고, 마틴이 미아를 돌봐주었다는 설정입니다.

“오빠!”
“왔어요?”
“이거! 가시에다 꽃이랑 같이 엮었어! 선물!”
“미아가 씌워줄래요?”
“좋아!”

나는 고개를 숙이라고 손을 위아래로 휘저으며 빨리 마틴이 머리를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틴은 천천히 해도 된다며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앉았다.

“가시.. 아프면 안 되는데.”
“안 아파요.”
“가시가 안 아플 리가 없잖아! 내가 만져도 아픈걸..!”
“난 아프지 않은걸요? 피는 날지 모르지만, 전혀요.”
“그게 아픈 거야!”

그에게 화관을 씌워주고 이마를 툭 밀었다. 살짝 밀려나는가 싶더니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나를 안아 올렸다.

“더 크면 알아요. 아픈 건 따로 있거든요!”
“나한테 어른은 너무 멀었는걸.. 알려줘, 마틴!”
“안돼요. 크면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아아아- 알려줘-!”

마틴의 옷깃을 잡아 늘이며 징징거렸지만 소용없었다. 볼을 잔뜩부풀리며 고개를 돌렸다.

“푸흐, 삐졌어요?”
“아니거든!”
“삐졌네, 뭘.”
“아!! 아니라구! 마틴 미워. 나 마틴이랑 안 놀아!”
“그럼 가요. 내려줄게요. 나 싫어하는 사람이랑은 못 놀겠네요.”
“…….”
“왜요? 또 가라니까 못 가겠어요?”
“흑, 흐윽.. 아냐.. 마틴 좋아. 싫지 않아… 좋아한다구!”
“이런, 울지 마요.. 응? 내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뚝!”

참던 울음이 터져 나왔고 나는 딸꾹질까지 하면서 마틴의 품에서눈물, 콧물을 다 흘렸다. 마틴은 그런 내 눈물과 콧물을 닦아가며달래주고 있었다. 능력을 완벽히 조절하기에 어렸던 나는 가시가새카맣게 변해 시들어갔으며 마틴의 머리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것을 보고 겁에 질려 더 크게 울었다.

“쉿, 자자- 진정해요. 안 아프다고 말했잖아요? 숨 편안하게, 제대로 쉬고 나를 봐요. 나도 미아 좋아해요. 방금은 농담, 내가 잘못했어요.”
“흐으, 흑.. 흐아앙-!”
“하아, 어떻게 하면 그만 뚝 그칠까요? 이래서야 편하게 떠날 수가 없는데.”
“으응..? 마틴 어디 가?”

내가 훌쩍이면서 올려보자 곤란한 표정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못하고 있었다. 내 불안감이 더욱 고조된다는 것도 모른 채.

“아직, 안 가요. 최대한 미뤄볼 생각이거든요.”
“안.. 가면 안 돼?”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돌아, 와?”
“노력해볼게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나, 오빠 많이 좋아하는데.. 그래도 갈, 거야?”

훌쩍이고 있어 말이 나오다 자꾸 끊겼지만, 마틴은 천천히 내 눈을마주 보며 다 들어주었다.

“나 좋아해요?”
“응.”
“사랑해요?”
“응..”
“그 마음, 변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내가, 남자애들이랑 놀면서 쟤, 좋아.. 얘 좋아. 한, 적 있어..?”
“푸흡, 그러고 보니 없네요. 항상 같이 놀다가 내가 보이면 달려와서 안기곤 했죠.”
“학교가 자꾸, 오빠를 잡아두는걸. 나도 학교, 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놀아준 것뿐이야.”
“네, 그래요. 참, 그럼 약속 하나 할까요?”
“어떤 약속..?”
“나도, 미아도 아직은 어리잖아요. 커서, 내가 말한 아픈 게 무엇인지 알아서. 날 찾아요.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오빠는 멀리 떠난다며.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어?”
“내 이름, 마틴 챌피. 우리가 인연이라면 반드시 어딘가에서 만날수 있어요. 시곗바늘과 함께, 매일 그곳에서 그동안의 추억을 생각할 테니까.”
“변하지 않을 테니까, 마틴이 한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짠! 하고 나타날 테니까..!”
“왜 또 울고 그래요.. 미안해지게. 예쁜 아가씨가 되어서 만나러오겠다면서. 할 수 있죠? 응?”

웃으며 보내주고 싶었는데 웃음은커녕 자꾸만 눈물만 나왔다. 이별에 익숙하지 않았던 어린 나는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금 와서 이야기하면 어려서부터 무슨 사랑이냐며 그저 나를 놀아주는 유일한 연상이었기에 따르고 좋아했던 거라고 하찮게 여기기일쑤지만 지금까지도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마틴과 헤어진 이후, 정말 머리카락 한 올조차도 볼 수 없었다. 1년, 2년, 그로부터 5년도 더 넘는 시간이 지났다. 나와 5살 차이가났던 마틴은 지금 스물넷의 멋진 남자가 되어 있겠지. 옆에 연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의 옆에 다른 남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한 번만이라도 그 얼굴을 보고 싶어서 매일 거리를 활보했다. 그럼에도 야속하게 기억은 점점 흐려져 그의 얼굴이 잘기억나지 않았다. 이름, 마틴 챌피라는 이름만 머릿속에 각인되어
맴돌고 있었다.
시계탑이 가장 잘 보이는 이곳, 길을 떠도는 사람들이 잠시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인 이 장소. 나는 벤치에 앉아 과거의 일을 생각하다 눈을 감았다.

“아- 좋다.”

따뜻한 바람이 머리칼을 간질여 곧 잠이 올 것만 같은 날씨였다. 노래를 흥얼거리니 사람들이 따라 부르거나 조용히 듣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져 조금은 더 크게 흥얼거렸다.

“실례, 아가씨. 옆에 앉아도 될까요?”

노래가 끊기고 천천히 눈을 떴다. 내 앞에서 웃고 있는 한 남자. 내가 노래 부르는 것을 다 들어서 웃고 있는 건지 부끄러움에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아, 네. 앉으세요!”
“고마워요. 노래, 참 잘 부르네요.”
“으아아, 다 들었어요?!”
“풉, 매일 여기서 노래를 부르던 소녀가 당신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어요?”

‘내가 그렇게 유명해진 거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이 나를 알고 있었나 보다. 당황스러움에 어버버,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자 이상하고도 묘한 기분이들었다.

“어-,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나요?”
“네?”
내가 얼굴을 불쑥 내밀며 말하자 그는 조금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느낌, 말투, 분위기, 얼굴. 마틴하고 너무나도 닮았다.
“누구와 닮았는데요?”
“그….”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생각했다. 웃기도 많이 웃었고, 많이 울기도 했고, 항상 웃으며 내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던 남자, 어렸을 때 내게 가장 소중했던, 지금도 찾고 있고 많이 좋아하는 사람.

‘하, 내가 지금 무얼 생각하고 있는 거야.’

고개를 세차게 저어 생각을 그만두고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아하하, 아냐! 아무것도!”
“김새네요. 듣고 싶었는데.”
“ㅇ, 왜 내가 그쪽한테 소중한 사람 이야기를 해야 해?!”
“그거야, 이렇게 말이라도 하면 그 복잡한 마음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해서.”
“…….”
“그 사람을 많이 좋아했나요?”
“…어렸을 때니까, 좋아했다는 마음이 조금 달랐던 걸지도 몰라. 그런데 지금도 그를 생각한다는 건 좋아하는 게 맞잖아? 하지만 지금은 아주 멀리에 있어.”
“이런, 그가 떠났나요?”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을까, 그는 지금 스물넷, 나는 열아홉이야.완전 어릴 적에 만났는데. 지금에서 생각하면 한 7년 되었나..”
“대단한걸요?”
“응? 뭐가?”
“7년 동안 그를 쭉 사랑해왔다는 거잖아요?”
“차라리 이쯤에서 포기하라고 말해주지그래. 그의 옆에 여자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조금은 침울해져 버렸다. 나보다 몇 배는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분하고 같이 있겠지. 충분히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궁금한지.. 상처받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보고싶었다.

“아가씨.”
“초면에 미안하지만 너는 그와 닮았어. 내게 말해주지 않을래? 네가 아니라고 해준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준다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돌아갈래.”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웃었다. 이렇게나 닮은 남자에게포기하라는 말을 들으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 같았다. 눈을 감고 그의 목소리에, 말,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아름다운 아가씨가 되어서 찾아오겠다고 했으면서, 나는 항상 이시계탑 아래에서 기다렸는데. 나는 봐주지도 않고 노래만 부르고,너무해요.”
“…그, 그걸 어떻게.”
“아직도 나 많이 좋아해요? 사랑해요?”
“마, 마틴..? 마틴이야?”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어릴 적에 나눴던 이야기를 하고 있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올려다보았다.

“네, 아가씨. 다시 소개할게요. 마틴 챌피입니다.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언제까지나. 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는데 충분히이성을 만날 기회도 있었을 것이고 옆에 멋진 남성분이 있을지도,하며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이곳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계속 기다렸어요.”
“그럼 계속.. 여기서?”
“우연의 일치죠? 나는 이곳 시계탑에서, 당신은 내 앞 벤치에서. 항상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던 당신은 날 볼 수 없었죠.”
“아, 이럴 수가….”
“하하, 정말 예쁜 아가씨가 되어서야 찾았네요. 머리, 짧아졌지만정말 예뻐요.”

마틴이 내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나도 따라 웃으며 그의손길을 느꼈다.

“늦어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을 텐데..”
“처음 여기서 봤을 때부터 당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미아.”
“그랬으면서 아는 척도 안 하고..”
“먼저 날 봐주길 바랐거든요.”
“바보. 난 눈치 같은 거 없어서 잘 몰라! 직접 내 눈앞에 나타나주기 전까진 모른다구..!”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하지만 결국 당신에게 먼저 말을 건 사람은 나잖아요?”
“말 안 걸었어 봐, 끝까지 몰랐을 걸?”
“먼저 말 걸어주길 기다릴 걸 그랬나? 나름 재미있거든요, 그 방법도.”

그는, 아니. 마틴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전혀 본심이 아니라는것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조금은 화가나 격앙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치지 마!”
“그럼 당신은요?”
“뭐?”
“속으론 좋아한다, 사랑한다 할 말 다 하면서 왜 입으로는 꺼내지못해요?”
“…….”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내가 맞아요?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럼 본심을 알려주면 되잖아요. 들리기만으론 성에 안 차요. 불안해요. 내가 어떻게 해서든 가질 수 없는 존재가 당신일까 봐, 정말멀게 느껴지는 건 나 혼자일까 봐!!”
“마틴.”
“매일 기다리면서 불안했던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는 거 잘 알아요.”
“마틴..”
“나, 안아줄래요?”

더는 주저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안아달라는 마틴의 말에바로 그의 품속으로 파고 들어가 꽈악 힘을 주어 허리를 안았다.마틴도 내 어깨를 감싸고 숨이 막힐 듯 안아주었다. 한동안 떨어질 생각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모든 것이 다 애틋해서.

“마틴, 어떻게 참았어? 이렇게 어린애처럼 안아달라고 말할 정도면.”
“매일 생각했죠. 어렸을 때 내게 안겨있었던 체온이나, 목소리, 느낌.”
“푸하, 우리 되게 똑같았던 것 같아.”
“그래요?”
“나도 마틴 잊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거든. 그리고, 듣고 싶었던거.. 사, 사랑해. 지금도 어리다고 무시할지 몰라도 이 마음만은 진짜니까!”
“아.. 나 오늘 미아, 당신에게 말 걸기 잘한 것 같아요.”
“나 울 것 같아.”
“울어도 좋은데. 나 오늘 일없거든요.”

그의 목소리는 따뜻하게 날 보듬었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안겨 있었다.

“아직도 내가 당신을 놓아주지 못하는 걸 보면 많이 좋아하나 봐요. 날 보고 욕하겠죠? 어려서부터 이런 마음을 품은 제가 나쁜놈이죠.”
“왜 그런 걸 생각해..? 내가 좋고 마틴이 좋으면 된 거잖아.”
“하하, 그러네요. 서로 좋으면 됐죠. 남의 시선에 신경 쓸 필요는없었네요.”

서로 얼굴을 마주 보다 웃음을 터뜨리며 이마를 맞대었다. 다시는놓지 않겠다던 손을 잡아 깍지를 끼며.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행복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선을맞추고 웃으며 말했다.

“사랑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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