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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즈

[티엔하랑] 노래

놑트 2016. 4. 25. 17:30
[티엔하랑] 노래
티엔하랑 전력 60분 주제 : 「노래」

사부가 가끔, 아주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매우 익숙하게 들렸던.

“아야.”
“집중해라.”
“알았어, 알았다고-.”

내게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잔소리를 해놓고 바로 일을 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부.”
“스읍-.”
“아니, 거 이유 좀 들어보자!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수? 보고만 있자니 신경 쓰여서 집중할 수 있어야지..!”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거야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일하는 모습 한 번이라도 보여준 적이 있긴 해? 처음 보니까 그렇지.”
“기분이 좋다기보단 ‘추억 회상’ 이라고 봐주면 좋겠군.”
“뭔 추억? 과거에 노래라도 불렀어?”
“시끄럽다.”

집요하게 물어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어느새 사부에게 바짝 달라붙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내 얼굴을 눌러 밀어냈다.

“아, 아아아- 밀지 마!”
“땀 흘려놓고 내 앞에서 알짱거리지 마라. 나까지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 않느냐.”
“어차피 명상 끝나면 사부도 혼자 수련할 거면서. 딱히 상관없잖아? 달라붙어도.”
“상관없나? 그렇다면 앞으로 네가 가까이 다가오면 스킨쉽이 하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말이냐.”
“하! 사부가 스킨쉽 해봤자-, 때리는 것 말고 제대로 해준 적도 없으면서.”

나는 입을 삐죽, 내밀고 제자리로 돌아가 자세를 잡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더는 신경 쓰지 않겠지.’ 하며 살며시 한쪽 눈을 떠보니 코앞에 있는 사부의 얼굴에 놀라 발라당 뒤로 넘어갔다.

“으악!!! 뭐야?! 왜 갑자기 얼굴을 들이대!”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했을 텐데.”
“…….”
“그래서 ㅁ, 뭐! 뭘 어쩌려고?!”
“네 입부터 막고 나서,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만. 스킨쉽.”
“타임, 타임..!”

나는 사부의 가슴을 팍 밀쳐버리고 뒷걸음질로 빠져나왔다. 사부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말했다.

“후우, 어디서부터 네 집중이 흐트러졌단 말이냐.”
“그거, 노래….”
“……?”
“아, 진짜.. 아까부터 자꾸 흥얼거렸잖아! 그거!”
“이거 말이냐?”

사부가 들려준, 살짝 흥얼거린 노랫소리에 나는 바로 반응했다.

“오, 그래! 그거!!”

내 반응에 사부는 나를 보고 살짝 웃으며 손짓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그립게 느껴 져서,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한참, 오래된 일이라 모를 줄 알았는데.”
“무슨…, 소리야?”
“네가 어릴 적, 불러준 적 있는 노래였다.”
“허어, 내가 어릴 때?”
“그래. 네가 나를 만나 마음을 연지 얼마 안 됐을 때.”
“그때는 나 사부 못 믿어서 별것에 다 까다롭게 굴었을 텐데. 신호도 제대로 제어 못 했고..”
“지금은 아니라는 거냐? 아직도 능력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신호의 눈치를 보고 있지 않느냐. 내 말도 한 번에 듣지 않고 여러 번 말해야 알아듣고.”
“아-, 진짜.. 미안하다, 미안해! 됐냐?! 아직도 능력제어도 못 하고 까칠하게, 답답하게 굴어서 미안하네요~.”

‘조금은, 성장했다고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속으로 투덜거리며 입을 삐죽였다. 사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어릴 때만 해도 귀여움에 봐줬는데. 그 애교가 다 어디 갔는지..”
“참나, 다 큰 남자가 다 커가는 제자한테 애교라도 시켜보려는 거야?”
“내가 거절하지. 그다지 보고 싶지는 않군.”
“내가 먼저 거절할 거거든?!”
“그래. 그래서, 궁금하지 않다는 거냐? 다음 내용.”

또 나를 놀리듯이 재촉하는 목소리. 표정은 하나 바뀐 것 없지만, 평소 딱딱하게 굳어있던 사부의 얼굴과는 다르게 조금은 편하게 풀어진 기분이었다. 물론,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이번만은 조금 다르게 느껴 졌다.

“…들려줘.”
“우선, 계속 서서 들을 생각인가? 이쪽으로 와서 앉아라.”

내가 잠깐 머뭇거리는 것을 보았는지 사부가 자신의 옆자리를 힐끗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을 용기는 나지 않아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가 사부의 옆에 앉는 것으로 대신했다.

“어린 너는 항상 새로운 것에 적응하지 못했지. 잠들지도, 제대로 먹지도. 모든 게 불편함으로 가득해서 나에게까지 그 불편함을 표출했다.”
“하, 그렇게 직접 들으니 민망하네.”
“딱히 그럴 것도 없다. 어린 나이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을 리가. 내가 어렸어도 너와 같았겠지.”
“에이, 설마.”
“어릴 때는 누구나 새로운 것이 두렵고 무섭게 느껴 져. 선뜻 다가가기 힘들지. 겉으로는 아닌척해도 마음까지는 아닌 척 못한다.”
“별일이네, 사부가 약한 소리를 다 하고.”
“다 자라면서 겪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매일 밤 칭얼거리는 널 달랬지.”
“으윽, 되게 애 취급이네.”
“실제로 애였다.”
“쳇, 나도 알아!”

부끄러움에 붉어진 얼굴을 가리려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칭얼거렸다니, 사부의 품에서?’ 화악- 하고 얼굴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미 귀까지 빨개져 버렸겠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벌써 가는 거냐? 아직 조금 더 남았다만.”
“잠, 잠깐만! 재단 한 바퀴 좀 돌다 올게! 마틴 형이 날 찾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더 망설였다면 내 모습을 들킬 것만 같아 반대쪽으로 뛰어갔다. 여기가 재단 방향인지 아닌지도 생각하지 못하고 무작정 뛰었다.



“녀석, 그쪽은 재단 방향이 아니다.”

나는 그대로 하늘을 보고 누워 한숨을 쉬었다. ‘이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는구나.’ 너를 그립게 만든 것은 아닐까, 또 칭얼거리는 너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이미, 우리는 사부와 제자 사이를 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금은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하랑아, 하랑. 이하랑. 내 하랑아.”

하늘까지 닿을 너의 이름, 내 생의 마지막까지 불러줄 너의 이름. 그리고, 이 노래.

“다시 돌아왔을 수도 있겠군. 그쪽은 재단방향이 아니었으니. 언제부터 듣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둘 다 틀렸다면 아예 듣고 있지 않거나.”

나는 가만히 지나가는 구름을 따라가다 눈을 감고 되새겼다. 어릴 적에 많이 들었던 노래를, 어머니가 불러주셨던 자장가. 태어날 때부터 강했던 기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던 나는 자주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아픔도 제대로 모를 나이에 나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밤마다 매일 울었다. 말도 못 하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울음뿐, 어머니는 아시면서도 내게 말을 거셨다. ‘정아, 울지 말아라.’, ‘어머니가 대신 아파해줄 수 없어 미안하구나.’, ‘어려서 아프면 커서는 건강하다고들 그러시더구나. 어머니는 그렇게 믿고 있단다.’, ‘조금만 참아다오.’, ‘정아, 사랑한다.’

“매일 들려오는 이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도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오랫동안 말씀해주신 것 같다.”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렇게 말을 다 하시고 나서 내게 불러주셨던 노래. 이 노래를 듣자마자 나는 울음을 멈추고 조용히 눈을 감아 잠이 들었다. 나는 이 노래를 하랑에게도 들려주었다.

“이 노래, 어머니께서 내가 어릴 적에 불러주셨던 자장가다. 기를 다스리기엔 너무 어려 매일 밤 아파야 했던 나를 위해서 어머니께서 항상 밤마다 불러주셨지. 그 노래를 너에게도 불러주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잠들지 못하고 칭얼거렸던 네가 이 노래에서 잠이 들었다. 다른 것도 아닌, 어머니의 자장가에. 어릴 때 어머니는 이런 느낌이셨을까. 곤히 잠든 너를 보고 생각했다. 너도 네 아이가 생긴다면 불러주거라. 나와 같은 것을 생각할 날이 오겠지.”
“언제 올 줄 알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자 그 아이가 서 있었다. 땀에 젖어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늦었구나.”
“자장가, 였네, 헉헉….”
“그래, 숨이나 고르거라. 꽤 멀리 나갔다 온 모양인데.”
“하, 덕분에.”
“이제 궁금증은 해결된 건가?”
“아니.”

고개를 힘차게 저으는 그를 나는 가만히 앉아 고개만 들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쪽’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떨어졌다. 뜬금없는 그의 입맞춤이 고백으로 느껴 졌고, 연한 다홍빛으로 물든 그의 볼이 사랑으로 느껴 졌다.

“녀석, 제법 대담해졌구나. 먼저 입을 맞춰올 줄도 알고.”
“내가 계속 받고만 있을 것 같아?”
“고맙다.”
“윽, 사부답지 않게 왜 이래? 나 소름 돋으려고 한다?”
“그럼 내 입, 네가 막아주면 되잖느냐.”
“으으, 진짜-!!!”

역시, 아직은 다 컸다고 못하겠군. 나는 눈을 감았다. 조금씩, 천천히 다가올 하랑을 기다렸다. 고개를 숙이면서 흘러내린 머리칼이 내 볼을 간질였고 그의 입술이 나와 만났을 때 나는 한 손을 들어 그의 볼을 쓸어주며 기분 좋게 하랑을, 하랑의 체온을 느꼈다. 어색하고도 서툰 그의 움직임에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맞춰주었다. 또, 오늘을 잊지 않도록 머릿속에 각인하듯 깊이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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