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이퍼즈

RT 이벤트 리퀘

놑트 2015. 12. 28. 22:21
틀비루이

“자기야, 메리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소란스러움에 눈을 떴다. 트리비아가 평소와 다르게 들떠있었기 때문이다.

“으윽, 뭐야.. 트리비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고개를 들어 무슨 상황인지 확인했다. 연합 전체가 파티장처럼 변해있었다.

“좋은 아침이지? 메리 크리스마스.”
“어어, 메리 크리스마스.”
“루이쮸 옵빠! 엘리도!!”
“하하, 그래. 엘리도 메리 크리스마스.”

트리비아가 가볍게 입을 맞춰오며 인사를 나누자 그 모습을 우연히 본 엘리가 내 품에 안겨왔다. 나는 웃으며 엘리의 볼에 입을 맞춰주고 내려줬다.

“자기는~ 그렇지. 이거 입어줘야겠어.”
“…??? 이, 이게 뭐야..?”
“뭐긴, 루돌프잖아? 오늘 하루, 잘 부탁해?”
“이러려고 아침부터 깨운 거야..?”
“그럼~ 우리 엘리도 놀아주고 나도 놀아줘야지?”
“마자! 엘리도 놀아주고 틀비 온니도 놀아주고!”
“하하.. 하하하.. 당연하죠..! 우리 여왕님하고 공주님 놀아줘야지.. 하하.”

나는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빠르게 옷을 받아 갈아입었다. 부끄러웠지만 생각보다 따뜻해서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서 있다가 트리비아가 무언가를 가져와 내 머리에 씌워주었다. 흐뭇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거울을 보니 새빨개진 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으으, 트리비아!”
“호호, 잘 어울려 루이스.”
“도대체.. 크리스마스인 건 좋은데. 차라리 산타 하게 해줘..”
“어머, 안돼~ 산타는 이글이 이미 가져갔거든.”
“피터 옵빠도 루돌프야! 토마쮸 옵빠랑 베카 온니랑 다른 아찌들은 요정! 행복을 가져다주는 요정으로 만들어줬어!”

엘리의 말을 듣고 방문을 열었더니 나보다 더 새빨개진 얼굴의 토마스와 레이튼이 있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이글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리나 했다. 레베카와 피터는 무난하게 잘 어울렸고 휴톤, 도일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벌써 술판이 벌어졌고 뒤늦게 레베카와 레이튼이 옆에 앉아 같이 마시기 시작했다. 나이오비는 트리비아와 같은 산타 옷을 입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어때? 루돌프 괜찮지?”
“응, 아니, 네.. 정말 제가 잘못 생각했었네요. 아하하, 정말 편하다.. 정말 좋다..!”
“틀비 온니 만족이네!”
“응, 우리 공주님 덕분이야~”

둘이 하하 호호 웃으며 기뻐하는 모습은 평소라면 마냥 좋게만 보이겠지만 오늘따라 마녀와 소악마의 웃음소리 같았다.

“이제 루이쮸 옵빠가 썰매 끌면 되겠다!”
“그렇지? 슬슬 썰매 끌 시간이지?”
“ㅇ, 왜 그래 나한테…….”
“흠, 토마스. 루이스랑 옷 바꿔 입을래?”
“아,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일까! 하하, 타시죠!”
.
.
.
.
.
“어윽, 트리비아.. 나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옵빠! 아니지~! 산타클로스 님!”
“흑, 트리비ㅇ.. 아니, 산타클로스 님...”

다 큰 어른을 놀아주고 있는 건지, 아이를 놀아주고 있는 건지. 나는 연합의 바닥청소를 담당하고 있었다. 엎드려 있는 내 허리 위에 트리비아와 엘리가 타고 있었고 장난감 기차처럼 가운데를 빙빙 돌고 있었다.

“한 바퀴만 더 돌고 쉴까?”
“엘리는 뭐든 조아!”
“좋아! 마지막 한 바퀴야, 영웅 님. 힘내!”
“푸학하핰ㅋ캌ㅋㅋㅋ모습은 저래도 영웅 취급은 해주는구낰ㅋㅋㅋ”
“이글, 좀 조용히 해..”
“아하핳하하! 여왕님이 힘내라잖아? 한 바퀴 열심히 돌라고~ 하하하, 메리 크리스마스~”

이글은 잔뜩 약만 올려놓고 사라졌다. 아마 그대로 회사에 있는 앨리셔에게 가지 않았을까. 나는 겨우 얻은 꿀맛 같은 휴식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엘리는 피터 옵빠랑 놀고 있을게!”
“응, 그러렴~ 자기, 괜찮아?”
“아니, 너무 힘들어.. 어떻게 트리비아 너마저….”
“푸흐, 미안해. 반응이 너무 재밌어서.”
“몰라. 아.. 허리 끊어질 것 같아.”
“우리 영웅 님 허리가 이렇게 부실할 줄이야.”
“더 돌까? 왠지 다시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아.”
“후후, 그 힘은 남겨둬. 쓸 일 많잖아?”
“병 주고 약 주는 거지..?”
“어머, 들켰나?”
“트리비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내게 장난치는 그녀를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며 천장을 바라보며 돌아누웠다. 머리맡에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아름다운 미소가 번져 있었고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 어때- 엎드려봐. 마사지해줄게.”
“필요 없어. 애들이나 봐줘.”
“이럴 땐 꼭 아빠 같다니까? 푹 쉬어~ 참, 잘 어울려. 루돌프 씨.”
“…고마워.”
“자기야,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부탁할게?”
“그건 싫어!!”

내년도 부탁한다는 말을 들으니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연합에 내 목소리가 제일 크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조용히 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적어도 다들 속으론 나와 같은 의견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왜~ 아빠로서 그렇게 잘 놀아주더니?”
“나 그냥 쉬면 안 될까?”

트리비아의 웃음소리가 귀를 때렸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오늘은 하루가 정말 길게만 느껴졌다.

'사이퍼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아른 합작  (0) 2016.02.29
[벨져릭] 변하지 않는 것  (0) 2016.02.24
크리스마스 합작  (0) 2015.12.25
[벨져릭] birth  (0) 2015.12.13
[벨져릭] 온기  (0) 2015.11.2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