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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찢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누구의 공격에 이렇게 다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순식간에 무언가가 내 허리와 팔 사이를 관통했고 스치기만 했다고 생각했던 허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혈을 위해 바닥에 떨어진 천 조각으로 피를 닦아냈지만 소용없었다. 점점 어지러움을 느낀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릭 톰슨!”
점점 눈이 흐릿해져 바로 앞에 있는 것들도 보기 힘들어질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벨져’ 그였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고 그를 보기 위해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했다. 어지럽고 토가 나올 것 같았지만 조금씩 흐릿한 초점 사이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벨져..? 어째서 이곳에..”
“말하지 마라. 치료하고 나서도 충분해.”
“그렇지만 그대는, 윽!”
“거봐, 내 말은 어지간히도 듣지 않는군.”
“하하...”
벨져는 혀를 차며 지혈하던 천 조각을 버리고 내 티셔츠를 길게 찢어 허리에 감아 묶었다. 티셔츠가 상처 부위에 닿는 순간 상상도 못할 고통에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이를 악물고 참았다. 식은땀이 흐르고 쓰러질 것 같아 그의 옷깃을 꽉 잡았다.
“…… 많이 아픈가?”
“후.. 그걸 말이라고 하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소.”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잘도 버티는군.”
아까보다 더욱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에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인상을 쓰고 있는 듯했다. 나를 걱정하기라도 하는 걸까. 괜히 내 옆에 있어주는 그의 행동, 말투, 표정 하나하나에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앞이 안 보여..”
“… 그만큼 피를 흘렸으니.”
“난 죽는 걸까?”
“한 번 다치더니 정신도 다친 모양이군. 그 정도로는 안 죽는다.”
“고맙소. 지금이 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싫었어…….”
“릭.”
그의 대답에 긴장이 풀린 나는 그의 부름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
“릭.”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안심한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릭 톰슨.”
재차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죽은 것처럼 말이다. 평소 죽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와는 조금 달랐다. 오늘따라 마음이 조급했으며 그가 자꾸 눈에 밟혔다. 그의 얼굴이, 목소리가, 표정이. 그가 피를 흘리고 주저앉아 있었을 때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인상을 찌푸리더니 나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벨져..? 어째서 이곳에..’
말은 왜 이곳에 있냐는 식이었으나 표정만은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러나 피는 바닥에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고 그가 입을 여는 것조차 힘들 터인데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그의 티셔츠를 찢어 허리에 감아주는 순간 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참으려고 내 옷깃을 꽈악 쥐는 것 또한 느껴졌다. 릭이 쓰러지고 나는 조심히 들어 올려 치료를 위해 전장을 빠져나왔다.
“미련하긴. 무리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릭의 치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고 병실에 누워있는 그를 보니 온갖 잡생각이 흘러들어 왔다. 이번 부상은 꽤 심각했고 대처가 빨랐기에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정말 대처가 늦었다면? 만약 내가 그의 부상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거나 다른 곳으로 지원 요청을 받아 떠났다면 릭 톰슨은. 그만큼 치료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내 입으로 직접 말하고 싶지 않지만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이 일을 막기 위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고 마지막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가 전쟁에서 멀어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를 전쟁에서 멀어지게 만들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났다.
“벨… 져…….”
희미하게 숨소리같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일어났나?”
“으, 끔찍하군.. 너무 아파….”
“그 상처로 멀쩡한 것이 이상한 거라는 식의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하하… 참, 나는 언제까지 이러고 있는 거요?”
“다 나을 때까지.”
“뭐?! 그럼, 지원은..!”
“필요 없다. 그 몸으로 사람 하나 구할 수 있겠나?”
“그래도 게이트는 열, 윽!”
어떻게든 참여하고 말겠다는 태도에 상처를 칼집으로 살짝 건들었다.
“자, 지금 네 상태를 잘 알았겠지. 게이트를 여는 것 또한 무리다.”
릭은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내게서 고개를 돌렸기에 한참을 가만히 기다렸다. 화가 가라앉은 것 같았을 때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내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었소?”
“이틀.”
대답은 간단하게 끝이 났다.
“그 싸움은 끝난 거요?”
“끝났다. 하지만 조만간 또 터지겠지.”
“그렇군.”
그도 나의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니 당황하지 않고 똑같이 대답했다.
“릭 톰슨.”
“응?”
“상처가 나으면 이곳을 떠나라.”
“그게 무슨, 알아듣게 설명을 해보시오.”
너무 성급했을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그를 한시라도 이곳에서 떼어놔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상처가 나으면 이 전쟁에서 빠지라는 말이다. 너 같이 이 전쟁에 걸맞지 않는 자도 없다. 그대가 여행자라면 이곳을 떠나 여행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말이 심하군. 그렇다면 회사, 연합에 소속된 능력자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 아니오? 내가 어울리지 않아? 나도 내 나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싸워왔소!”
“물론, 그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한 말이다. 그리고 너의 목적이란 무엇이지? 네가 지킬 것이 얼마나 된다고. 그 능력으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 내, 내 목적은. 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오! 그게 그대와 인연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가면서 그를 떠나보내고 싶었던 것일까.
“인연?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마라.”
“벨져,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소?”
“…평소답지 않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알잖아. 그대가 더..”
“그만. 더 이상 말하면 베겠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칼을 꺼내 그의 목에 대었다. 그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그대가 이렇게…… 됐소. 지금 당장 떠나주도록 하지. 잘 있으시오.”
내가 몇 걸음 물러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를 열고 떠나버렸다. 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제 그를 다신 보지 못하겠지. 릭 톰슨이 없어도 충분히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Lebe wohl, Tachyon.”
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자 테이블 위에는 이미 다 식어버린 홍차가 있었다.
릭이 프랑스에 갔을 때 와인과 함께 사 왔던 홍차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더 가관이었다. 그가 가져온 기념품과 선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젠장.. 이렇게까지 귀찮게 만들 줄은.’
사람을 불러 그와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치우라고 지시했다. 단 한 가지, 그가 전에 나에게 주고 갔던 시계만은 서랍 안에 있었다.
“이제 정말 끝이다. 이 시계 하나만이 너를 기억하는 물건이 되겠지.”
-
게이트가 연결된 곳은 집이었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세상모르게 잔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그동안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았을 때 내 몰골은 처참했다.
엉망진창으로 뜬 머리, 부상으로 멍든 팔과 다리, 칭칭 감긴 붕대, 눈은 제대로 떠지지 못하고 반쯤 뜬 상태로 멍하니 거울을 보고 있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이 처참한 몰골을 벗어내려면 씻어야겠다고 생각해 욕실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머리에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쓰러지기 직전 그대의 얼굴과 눈을 떴을 때의 그대의 얼굴은 사뭇 달랐소.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대에게 내쳐진 지금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어.’
지금 당장이라도 그에게 찾아가 본심을 듣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발로, 내 입으로 벨져에게 안녕을 고했거늘 다시 만나길 바라고 있으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나는 씻고 나와 수건을 목에 걸고 창밖을 바라봤다. 시간을 보니 새벽이었다. 가라앉은 밤공기가 시원하게 피부에 닿았다.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이틀이 지났고 벨져에게 떠나와서 사흘이 지났으니 닷새가 지난 셈이다. 같이 있을 때에는 몰랐다. 혼자가 되니 조금씩 알 것만 같았다.
그가 보고 싶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벌써부터 벨져가 그리워지니 일주일, 한 달, 1년이 지나도록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이토록 간절한데.
“잠깐... 얼굴이라도 보러 가면 안 되겠소..?”
돌아올 리 없는 대답을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이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그대와 볼 수 없소. 별이 이렇게 반짝이는데 그대가.. 벨져, 내 마음을 알긴 아시오?”
눈물이 나올 것 같이 목이 멨다. 벨져 홀든,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목소리가 떨렸다.
“벨져.. 정말 좋아한단 말이오. 사랑한단 말이오.
그런데 지금 그대와 나는... 너무 멀리에 있소.”
결국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추하게도, 그가 싫어하겠지.
‘미련하다.’
눈물은 미련한 것이었소.
이렇게 그대가 미련하다 했던 것들이 그대를 생각나게 만들어서 내 머리를 헤집어.
지금도 당장이라도 그대를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내 다짐을 흔들어.
내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대는 잘 지내겠지.
잘 자겠지.
평소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물고 연기가 뿜어져 나가는 것을 바라봤다.
“쯧, 담배도 맛이 없군. 참 매정해.”
담배꽁초를 그대로 바닥에 버리고 발로 짓이겼다.
정신 차려라, 릭 톰슨.
그에게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위해서 참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잊기로 했다.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벨져 홀든을 위해서.
-
“톰슨 씨, 일은 다 끝냈나?”
“아, 네. 방금 끝났습니다.”
“수고했네. 늦었지만 피곤할 테니 조금 쉬었다 가게.”
“네, 감사합니다.”
나는 상사의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남 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회사를 나왔다. 평소 일에 치여 다들 예민해진 시점에서 그의 수고했다는 말이 얼마나 나오기 힘든 말인지 처음엔 몰랐다. 나 또한 일만 하고 살다 보니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후, 죽을 것 같군.’
그리고 조용히 구석진 곳으로, 아무도 오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그냥 길가에서 게이트를 열어도 상관없을 새벽이었지만 들킬 위험성이 있으니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최대한 떨지 않고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대에게. 내게 너무나도 길었던 시간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그대에게.’
살며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익은 방 안에 있었다. 벨져 홀든의 방. 그렇게 오고 싶었고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오랜만이오, 벨져. 오늘따라 용기가 나지 않는군. 하하, 그대의 얼굴을 볼 용기가 안 나.”
그의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칼을 정리해주고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그대는… 잘 지냈나? 1년, 꾹 참았소.
사실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밤에 왔소.
평소와 달라. 그대를 보러 왔는데 느낌이 다르오.
그대는 똑같은데, 변한 것이 없는데.
나만 변한 것 같소.
벨져, 난 무서워.
그대가 날 잊었을까 봐… 무섭소.”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눈앞이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눈을 뜨면 집이리라.
“어딜…… 가나.”
따스한 감촉이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다. 잠에서 깨지 않아 낮게 깔려 서글프게 울리는 목소리, 내 머리칼과 볼을 감싸는 손길.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그대라는 것을.
“…….”
“가지 마라.”
“…그대가 원한 것 아니오.”
“가지 마라, 릭.”
“벨져.”
“가지 마.”
벨져는 내 볼을 여전히 감싸고 있었다. 그의 손길은 아이를 만지듯 조심스러웠지만 그만큼 따뜻했다. 그의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졌다. 지금은 벨져의 곁에서 떠날 수 없었다.
“벨져, 지금이 마치 꿈인 것 같소..”
“그대가 그렇게 말하면 정말 꿈인 것 같으니 그런 소리 말아라. 이렇게, 겨우 만났는데.”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덩달아 내 목소리도 떨리는 것 같았다. 그도 나와 만나길 기다렸던 것일까.
“잘 있었나. 1년 동안 내 생활은 참으로 많이 달라졌지.
릭 톰슨, 네가 어디 있는지, 무사한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널 보내고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후회도 했다.
평소와 달라, 드디어 널 봤는데 느낌이 다르다.
너는 마치… 내게서 떠나갈 것만 같아서.
손에 잡히지 않을까 봐.
날 잊었을까 봐.
하지만 다행이군.
네가 날 찾아와줬으니.”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아련하고 구슬픈, 노랫소리 같았고 얼굴은 곧 나를 따라 울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왜 울 것 같은 표정이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빨리 그대를 만나러 오는 건데..”
“지금 그대가 미안해할 상황이 아니다만, 내가… 잘못했으니. 미안하다 하면 되는 건가?”
“하하.. 뭐, 벨져다운 대답이군.”
“그렇나? 이제 울지 마라. 꼴사납군.”
“누구 때문에 이렇게 우는 건지 아시오?”
“윽, 그래서 미안하다 하지 않았나.”
“……그대는 정말.. 변하지 않았소.”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절대, 다시는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벨져 홀든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내 진심을 더 잘 알았다. 나는 그에게서 떠날 수 없었다. 그는 내게 살포시 웃어 보이곤 입을 맞추었다. 그와의 입맞춤은 달콤했고 그동안의 내 태도를 꾸짖는 듯이 거칠었지만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었다. 숨을 내뱉으며 그와 떨어졌을 때 벨져는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이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벨져 홀든이기 때문이지.
변하지 않은 건 그대도.
마찬가지지 않나.”
찢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누구의 공격에 이렇게 다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순식간에 무언가가 내 허리와 팔 사이를 관통했고 스치기만 했다고 생각했던 허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혈을 위해 바닥에 떨어진 천 조각으로 피를 닦아냈지만 소용없었다. 점점 어지러움을 느낀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릭 톰슨!”
점점 눈이 흐릿해져 바로 앞에 있는 것들도 보기 힘들어질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벨져’ 그였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고 그를 보기 위해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했다. 어지럽고 토가 나올 것 같았지만 조금씩 흐릿한 초점 사이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벨져..? 어째서 이곳에..”
“말하지 마라. 치료하고 나서도 충분해.”
“그렇지만 그대는, 윽!”
“거봐, 내 말은 어지간히도 듣지 않는군.”
“하하...”
벨져는 혀를 차며 지혈하던 천 조각을 버리고 내 티셔츠를 길게 찢어 허리에 감아 묶었다. 티셔츠가 상처 부위에 닿는 순간 상상도 못할 고통에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이를 악물고 참았다. 식은땀이 흐르고 쓰러질 것 같아 그의 옷깃을 꽉 잡았다.
“…… 많이 아픈가?”
“후.. 그걸 말이라고 하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소.”
“말은 그렇게 하면서 잘도 버티는군.”
아까보다 더욱 흐릿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에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인상을 쓰고 있는 듯했다. 나를 걱정하기라도 하는 걸까. 괜히 내 옆에 있어주는 그의 행동, 말투, 표정 하나하나에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앞이 안 보여..”
“… 그만큼 피를 흘렸으니.”
“난 죽는 걸까?”
“한 번 다치더니 정신도 다친 모양이군. 그 정도로는 안 죽는다.”
“고맙소. 지금이 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싫었어…….”
“릭.”
그의 대답에 긴장이 풀린 나는 그의 부름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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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나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안심한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릭 톰슨.”
재차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죽은 것처럼 말이다. 평소 죽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와는 조금 달랐다. 오늘따라 마음이 조급했으며 그가 자꾸 눈에 밟혔다. 그의 얼굴이, 목소리가, 표정이. 그가 피를 흘리고 주저앉아 있었을 때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인상을 찌푸리더니 나를 보고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벨져..? 어째서 이곳에..’
말은 왜 이곳에 있냐는 식이었으나 표정만은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러나 피는 바닥에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고 그가 입을 여는 것조차 힘들 터인데 계속 내게 말을 걸었다. 그의 티셔츠를 찢어 허리에 감아주는 순간 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참으려고 내 옷깃을 꽈악 쥐는 것 또한 느껴졌다. 릭이 쓰러지고 나는 조심히 들어 올려 치료를 위해 전장을 빠져나왔다.
“미련하긴. 무리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릭의 치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고 병실에 누워있는 그를 보니 온갖 잡생각이 흘러들어 왔다. 이번 부상은 꽤 심각했고 대처가 빨랐기에 치료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정말 대처가 늦었다면? 만약 내가 그의 부상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거나 다른 곳으로 지원 요청을 받아 떠났다면 릭 톰슨은. 그만큼 치료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내 입으로 직접 말하고 싶지 않지만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이 일을 막기 위해서 별의별 생각을 다 했고 마지막 한 가지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가 전쟁에서 멀어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그를 전쟁에서 멀어지게 만들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났다.
“벨… 져…….”
희미하게 숨소리같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
“일어났나?”
“으, 끔찍하군.. 너무 아파….”
“그 상처로 멀쩡한 것이 이상한 거라는 식의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모르겠군.”
“하하… 참, 나는 언제까지 이러고 있는 거요?”
“다 나을 때까지.”
“뭐?! 그럼, 지원은..!”
“필요 없다. 그 몸으로 사람 하나 구할 수 있겠나?”
“그래도 게이트는 열, 윽!”
어떻게든 참여하고 말겠다는 태도에 상처를 칼집으로 살짝 건들었다.
“자, 지금 네 상태를 잘 알았겠지. 게이트를 여는 것 또한 무리다.”
릭은 내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내게서 고개를 돌렸기에 한참을 가만히 기다렸다. 화가 가라앉은 것 같았을 때 그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내가.. 언제까지 이러고 있었소?”
“이틀.”
대답은 간단하게 끝이 났다.
“그 싸움은 끝난 거요?”
“끝났다. 하지만 조만간 또 터지겠지.”
“그렇군.”
그도 나의 이런 반응이 처음은 아니니 당황하지 않고 똑같이 대답했다.
“릭 톰슨.”
“응?”
“상처가 나으면 이곳을 떠나라.”
“그게 무슨, 알아듣게 설명을 해보시오.”
너무 성급했을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그를 한시라도 이곳에서 떼어놔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망설임 없이 결정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상처가 나으면 이 전쟁에서 빠지라는 말이다. 너 같이 이 전쟁에 걸맞지 않는 자도 없다. 그대가 여행자라면 이곳을 떠나 여행을 하는 것이 맞지 않나?”
“…말이 심하군. 그렇다면 회사, 연합에 소속된 능력자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 아니오? 내가 어울리지 않아? 나도 내 나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싸워왔소!”
“물론, 그 아이들까지 포함해서 한 말이다. 그리고 너의 목적이란 무엇이지? 네가 지킬 것이 얼마나 된다고. 그 능력으로 얼마나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 내, 내 목적은. 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오! 그게 그대와 인연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해서는 안 될 말까지 해가면서 그를 떠나보내고 싶었던 것일까.
“인연?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마라.”
“벨져,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소?”
“…평소답지 않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알잖아. 그대가 더..”
“그만. 더 이상 말하면 베겠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칼을 꺼내 그의 목에 대었다. 그가 더 이상 말하지 못하게.
“그대가 이렇게…… 됐소. 지금 당장 떠나주도록 하지. 잘 있으시오.”
내가 몇 걸음 물러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게이트를 열고 떠나버렸다. 나는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이제 그를 다신 보지 못하겠지. 릭 톰슨이 없어도 충분히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판단이 틀리지 않길 바랐다. 그리고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Lebe wohl, Tachyon.”
집으로 돌아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자 테이블 위에는 이미 다 식어버린 홍차가 있었다.
릭이 프랑스에 갔을 때 와인과 함께 사 왔던 홍차였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더 가관이었다. 그가 가져온 기념품과 선물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젠장.. 이렇게까지 귀찮게 만들 줄은.’
사람을 불러 그와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치우라고 지시했다. 단 한 가지, 그가 전에 나에게 주고 갔던 시계만은 서랍 안에 있었다.
“이제 정말 끝이다. 이 시계 하나만이 너를 기억하는 물건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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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가 연결된 곳은 집이었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세상모르게 잔 것 같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그동안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았을 때 내 몰골은 처참했다.
엉망진창으로 뜬 머리, 부상으로 멍든 팔과 다리, 칭칭 감긴 붕대, 눈은 제대로 떠지지 못하고 반쯤 뜬 상태로 멍하니 거울을 보고 있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이 처참한 몰골을 벗어내려면 씻어야겠다고 생각해 욕실로 들어가 물을 틀었다. 머리에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해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쓰러지기 직전 그대의 얼굴과 눈을 떴을 때의 그대의 얼굴은 사뭇 달랐소.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대에게 내쳐진 지금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어.’
지금 당장이라도 그에게 찾아가 본심을 듣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내 발로, 내 입으로 벨져에게 안녕을 고했거늘 다시 만나길 바라고 있으니. 내가 무슨 짓을 한 걸까.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나는 씻고 나와 수건을 목에 걸고 창밖을 바라봤다. 시간을 보니 새벽이었다. 가라앉은 밤공기가 시원하게 피부에 닿았다. 내가 치료를 받는 동안 이틀이 지났고 벨져에게 떠나와서 사흘이 지났으니 닷새가 지난 셈이다. 같이 있을 때에는 몰랐다. 혼자가 되니 조금씩 알 것만 같았다.
그가 보고 싶다.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벌써부터 벨져가 그리워지니 일주일, 한 달, 1년이 지나도록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지금도 이토록 간절한데.
“잠깐... 얼굴이라도 보러 가면 안 되겠소..?”
돌아올 리 없는 대답을 기다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이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그대와 볼 수 없소. 별이 이렇게 반짝이는데 그대가.. 벨져, 내 마음을 알긴 아시오?”
눈물이 나올 것 같이 목이 멨다. 벨져 홀든, 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목소리가 떨렸다.
“벨져.. 정말 좋아한단 말이오. 사랑한단 말이오.
그런데 지금 그대와 나는... 너무 멀리에 있소.”
결국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추하게도, 그가 싫어하겠지.
‘미련하다.’
눈물은 미련한 것이었소.
이렇게 그대가 미련하다 했던 것들이 그대를 생각나게 만들어서 내 머리를 헤집어.
지금도 당장이라도 그대를 만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내 다짐을 흔들어.
내가 어떤지 아무것도 모르는 그대는 잘 지내겠지.
잘 자겠지.
평소 피우지 않았던 담배를 물고 연기가 뿜어져 나가는 것을 바라봤다.
“쯧, 담배도 맛이 없군. 참 매정해.”
담배꽁초를 그대로 바닥에 버리고 발로 짓이겼다.
정신 차려라, 릭 톰슨.
그에게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위해서 참기로 했다.
그를 위해서 잊기로 했다.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벨져 홀든을 위해서.
-
“톰슨 씨, 일은 다 끝냈나?”
“아, 네. 방금 끝났습니다.”
“수고했네. 늦었지만 피곤할 테니 조금 쉬었다 가게.”
“네, 감사합니다.”
나는 상사의 수고했다는 말을 듣고 남 몰래 가슴을 쓸어내리며 회사를 나왔다. 평소 일에 치여 다들 예민해진 시점에서 그의 수고했다는 말이 얼마나 나오기 힘든 말인지 처음엔 몰랐다. 나 또한 일만 하고 살다 보니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후, 죽을 것 같군.’
그리고 조용히 구석진 곳으로, 아무도 오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그냥 길가에서 게이트를 열어도 상관없을 새벽이었지만 들킬 위험성이 있으니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지만 최대한 떨지 않고 말하려고 노력했다.
‘그대에게. 내게 너무나도 길었던 시간 속에서도 잊히지 않는… 그대에게.’
살며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낯익은 방 안에 있었다. 벨져 홀든의 방. 그렇게 오고 싶었고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오랜만이오, 벨져. 오늘따라 용기가 나지 않는군. 하하, 그대의 얼굴을 볼 용기가 안 나.”
그의 침대 옆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칼을 정리해주고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그대는… 잘 지냈나? 1년, 꾹 참았소.
사실 얼굴을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밤에 왔소.
평소와 달라. 그대를 보러 왔는데 느낌이 다르오.
그대는 똑같은데, 변한 것이 없는데.
나만 변한 것 같소.
벨져, 난 무서워.
그대가 날 잊었을까 봐… 무섭소.”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눈앞이 흐려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눈을 뜨면 집이리라.
“어딜…… 가나.”
따스한 감촉이 눈을 크게 뜨게 만들었다. 잠에서 깨지 않아 낮게 깔려 서글프게 울리는 목소리, 내 머리칼과 볼을 감싸는 손길.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그대라는 것을.
“…….”
“가지 마라.”
“…그대가 원한 것 아니오.”
“가지 마라, 릭.”
“벨져.”
“가지 마.”
벨져는 내 볼을 여전히 감싸고 있었다. 그의 손길은 아이를 만지듯 조심스러웠지만 그만큼 따뜻했다. 그의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졌다. 지금은 벨져의 곁에서 떠날 수 없었다.
“벨져, 지금이 마치 꿈인 것 같소..”
“그대가 그렇게 말하면 정말 꿈인 것 같으니 그런 소리 말아라. 이렇게, 겨우 만났는데.”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덩달아 내 목소리도 떨리는 것 같았다. 그도 나와 만나길 기다렸던 것일까.
“잘 있었나. 1년 동안 내 생활은 참으로 많이 달라졌지.
릭 톰슨, 네가 어디 있는지, 무사한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널 보내고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후회도 했다.
평소와 달라, 드디어 널 봤는데 느낌이 다르다.
너는 마치… 내게서 떠나갈 것만 같아서.
손에 잡히지 않을까 봐.
날 잊었을까 봐.
하지만 다행이군.
네가 날 찾아와줬으니.”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아련하고 구슬픈, 노랫소리 같았고 얼굴은 곧 나를 따라 울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왜 울 것 같은 표정이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빨리 그대를 만나러 오는 건데..”
“지금 그대가 미안해할 상황이 아니다만, 내가… 잘못했으니. 미안하다 하면 되는 건가?”
“하하.. 뭐, 벨져다운 대답이군.”
“그렇나? 이제 울지 마라. 꼴사납군.”
“누구 때문에 이렇게 우는 건지 아시오?”
“윽, 그래서 미안하다 하지 않았나.”
“……그대는 정말.. 변하지 않았소.”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절대, 다시는 그의 곁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벨져 홀든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 내 진심을 더 잘 알았다. 나는 그에게서 떠날 수 없었다. 그는 내게 살포시 웃어 보이곤 입을 맞추었다. 그와의 입맞춤은 달콤했고 그동안의 내 태도를 꾸짖는 듯이 거칠었지만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었다. 숨을 내뱉으며 그와 떨어졌을 때 벨져는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그 이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벨져 홀든이기 때문이지.
변하지 않은 건 그대도.
마찬가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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