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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카츠] 네 생각
유리온아이스 전력 60분 주제 : 「부상」

※빅토르의 독백 위주.



[카츠키 유리 선수, 다리 부상으로 다음 시즌 출전 여부도 흐려져…….]


“What?! 유리, 왜 말 안 한 거야..!”


뉴스로 소식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 부상이라니, 어제 통화할 때만 해도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섭섭한 마음이 솔솔 피어올랐지만, 걱정이 앞서 불안하기만 했다. 정식 은퇴를 위해 이것저것 정리할 일이 생겨 잠깐 러시아로 돌아온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떻게 다쳤는지, 부상은 심각한지, 지금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해 아나운서와 기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입이 아니라 뉴스를 통해 전달받는 내용은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불만이 가득했지만, 유리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유리는 크게 다친 건 아닌데 정신적인 충격이 큰 것으로 보여 복귀까지 오래 걸릴 수도, 최악의 경우는 은퇴까지 생각해야 할 거라고 했다. 은퇴. 그렇게 심각한 상태라면 통화했을 때 목소리부터 티가 났어야 한다. 하지만 전혀 그런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추가로 찾아본 기사에는 상처는 많이 호전되었고 재활치료도 계속 받고 있지만, 아직도 링크장에 발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당장에라도 얼굴을 봐야겠다고 생각해 짐을 싸고 나와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유리, 전화는 또 왜 안 받는 거야.”


초조함이 극에 달해 애꿎은 손만 꽉 맞잡았다. 1분 1초가 길게 느껴졌다. 비행기가 이제 막 도착하기 직전, 착륙 준비 중에 있는 데도 불안함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걱정되는 마음에 다리까지 떨렸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야속하기만 한 연결음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처음엔 부재중. 두 번째도. 한참을 받지 않던 유리는 여섯 번째로 다시 걸었을 때 겨우 유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보세요? 빅토르?]

“…….”

[여보세요?]

“유리, 어디야?”

[저요? 집인데…, 왜요?]

“알았어. 기다려.”

[네? ㅈ,]


집이면 돼. 그래, 집이면 괜찮아. 맥커친은 내가 급한 걸 아는지 나보다 먼저 달려가고 있었다. 유리의 집 냄새를 기억하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무례라는 건 알지만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어젖히고 유리를 찾았다.


“유리!! 유리!!!”
“빅토르? 여기엔 어떻게…?”
“유ㄹ,”


소리치는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유리를 보고 나는 더 말을 할 수 없었다. 절뚝거리며 걸어온 그의 걸음걸이는 확실히 불안해 보였고 생각보다 그의 몸도, 마음도 망가져 있었다.

왜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

왜, 먼저 말해주지 않은 거야?

왜,

도대체 왜…?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울면 안 되는데,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유리일 텐데, 그를 위해서라도 나는 울면 안 됐는데. 다 알고 있으면서도 눈물이 자꾸 흘러내렸다.


“…빅토르.”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갔다. 떨리는 손을 뒤로하고 팔을 벌려 그를 꼬옥 끌어안았다.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았지만, 최대한 목을 가다듬고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다.


“왜 말 안 해줬어.”
“…….”
“그것도 모르고 내가, 혼자 잘난 듯이 떠들고.. 나는 또,”
“그래서 말 안 했어요.”
“뭐?”
“…내가 빅토르의 말이 듣고 싶었으니까. 내가 버틸 수 있었던 유일한 희망은 빅토르였으니까. 거기서 웃고 있는 모습만 봐도 좋았어요. 그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난, 기뻤어요.”


유리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을 때 난 더욱 세게 안아주었다. 내가 유리를 믿어주었듯 유리도 나에게 기대고 있었다. 내가 그의 옆에서 제대로 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유리는 팔을 풀고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유리.”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쉬쉬하고 있던 건데.. 들켜버려서 많이 불안했어요. 빅토르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대로 스케이트를 못 타게 되면 은퇴해야 하니까요. 이제 헤어져야…, 정말 헤어져야 하는 거니까.”
“그렇지 않,”
“거짓말. 빅토르가 내 코치가 아니면 같이 있을 필요가 없잖아요. 은퇴하면 여기 남아있을 이유도 없고 처음 빅토르가 날 모르던 때로..!”
“들어봐, 유리!!”


나도 모르게 그에게 큰 소리를 냈다. 다급한 목소리로 버럭 소리부터 쳐버린 내 모습이 과거의 모습을 생각나게 했다. 놀랐지만 침착하게 이마에 손을 올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해.”
“아뇨, 괜찮아요. 제가 너무 흥분했어요.”
“유리, 네가 은퇴하더라도 우린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이건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어.”
“……네?”
“내가 널 잊는다니, 있을 수 없어. 너에게 온 뒤로 난 한 번도 네 생각을 하지 않은 적이 없는걸.”


그러니까,

우린 절대로 헤어진다는 말은 하지 말자.


“빅토르….”
“유리, 난 네 곁을 떠나지 않아. 지금도, 앞으로도. 네가 링크 위로 돌아와도, 부득이하게 떠나게 되더라도 난 계속 옆에 있을 거야. 아니, 그래도 될까?”


유리는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 붉어진 눈시울에 맺힌 눈물을 흘려보내며 눈을 감았다. 나는 그의 눈에, 흐르는 눈물에 입을 맞추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조용히 우는 유리를 품에 안아 토닥였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꽉 끌어안으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더 듣지 않아도 됐다. 나를 꽉 끌어안은 이 여린 손이, 대신 답해주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
.

이후, 유리는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오며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었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 정신적 충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떠돌게 만든 유리는 누가 그랬냐는 듯이 당당히 제 발로 링크장에 들어가 천천히, 셀 수 없이 많은 넘어짐을 반복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음악에 몸을 맡겼다. 누구에게 공식적으로 말을 꺼낸 것도 아니지만, 그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이야기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 기다렸다고 힘내서 다시 돌아와 달라는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그리고 그의 옆에는 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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