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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승길] 의외의 모습
유리온아이스 전력 60분 주제 : 「의외의 모습」
연습은 힘들지만 매일 이곳에서의 연습은 잠시나마 나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반가운 얼굴도.
“승길!”
이 승길. 여행차 한국으로 왔을 때 만났다. 우연히 아이스링크장에 가게 되어 잔뜩 신이나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이미 연습하던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가 이승길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작년 어딘가의 대회에서 본 적 있었으니까. 대회는 가물가물해서 기억에 없지만 만난 사람은 분명히 기억한다. 싸늘한 분위기에도 나름 귀여운 면이 있었다.
.
.
.
“윽.”
“아침을 기어코 안 먹겠다고 그래서 야채죽이라도 싸 왔다. 이거 다 먹기 전까지 링크 위로 안 올려줄 거야.”
“…아침은 원래 안 먹었,”
“빨리 다 먹어. 코치로서 명령이다.”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놀라운 실력으로 채소를 걸러 밥만 골라 먹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자마자 나는 깜짝 놀라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 시선이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승길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쳐다보는 내가 불편했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 다시 죽으로 고개를 내리고 채소를 골랐다. 나는 그 모습을 얼마 동안 지켜봤는지 코치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
.
.
“야!!!”
“…어, 어? 나?!”
“아까부터 뭔데, 왜 자꾸 쳐다봐.”
“으악! 내가 그랬어?!”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으로 땀을 닦는 승길.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면 귀엽게만 느껴졌다.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그에게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승길~ 링크장 들어온 기념으로 나랑 사진 하나만 찍자!”
“싫은데.”
“그러지 말고~, 응? 업로드 해야 한단 말이야! 많은 사람이 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승길이랑 사진 찍고 싶어!”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다시 연습을 시작하는 모습에 재빠르게 링크장 가까이 내려가 연습 중인 그가 보이게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업로드. 뿌듯함을 안고 링크장에 오를 준비를 했다. 끈을 묶는 동안 작은 소리에도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넘어졌는지, 트리플 살코와 더블 콤비네이션을 성공했는지, 4회전을 시도했는지, 내 쪽으로 오는지. 내 쪽으로…. 내 쪽으로 와?! 나는 끈을 다 묶지도 못했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눈을 맞추었다.
“깜짝이야.”
“승길! 나 연습하는 거 봐줄래?”
“뭐? …싫어.”
“봐준다고?! 우와~, 고마워!”
“내가 언ㅈ…!”
“보여주고 싶었어! 쭉, 처음 봤을 때부터.”
“…….”
“이제 봐줄 이유가 생겼지? 연습하면서 조금만 봐줘도 괜찮아!”
“알았어.”
좋았어! 속으로 환호성을 외치고 자리에 앉아 끈을 꽉 붙들어 맸다. 볼을 짝짝 때리며 정신을 차리고 링크장에 올랐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음악에 따라 몸을 맡겼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이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자신의 연습에 빠져 있지만, 곧 봐주겠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노래가 점점 끝을 향해 치달았고 나는 더욱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4회전에서 결국 넘어져 버렸다. 빙판에 얼굴을 박아버려 정신이 혼미했는데도 빠르게 일어나 연기를 이어갔다. 이 부분에선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다른 프로 선수들 같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해줄 말을 기다렸다. 역시 넘어졌을 때 점수가 팍 깎였겠지? 숨을 헐떡이면서도 내심 그가 잘 봤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어ㄸ,”
“너, 피..!”
승길은 휴지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와 코에 휴지를 가져다 대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그의 이름을 부르자 나가서 피나 멈추고 말하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다가와 내 걱정을 해주는 승길의 모습에 숨이 차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기뻐서 그런 것 같았다. 링크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아 휴지로 코를 막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는 난간에 턱을 괴고 내 상태를 살폈다. 나에게서 무언가 대답을 바란다고 생각해 무작정 괜찮다고 말했다.
“승길, 난 괜찮아!”
“퍽이나. 너 코 깨진 거 아냐?”
“으음.. 모르겠어.”
“거봐. 피 멈추면 코치랑 병원 가.”
그렇게 말하고 무심히 등을 돌린 승길이 연습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피는 멈춘지 오래지만, 고통이 가시질 않아 병원에 한 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현기증이 밀려왔지만, 어찌 중심을 유지하고 그를 불렀다.
“승길~!”
“코피는.”
“많이 나아졌어. 이제 슬슬 가보려고!”
이만 가볼게! 나는 가방을 메고 일어나 웃어 보였다.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다급하고 절제되지 않은 목소리.
“잠깐, 만.”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나를 붙잡아 주었다. 그가 먼저, 나에게.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승길.”
“다시, 보여줘.”
“응?”
“나중에, 병원 다녀와서 다 괜찮다고 하면 그때 다시 보여줘. 4회전도 성공해서.”
“승길..?”
“그러니까, 기다리겠다고….”
그대로 그에게 걸어가 꼬옥 안았다. 그 표정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그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와 같은 온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승길, 꼭 보여줄게. 나 열심히 연습할 테니까.”
“됐고, 이제 떨어져.”
“으, 싫어! 가기 싫어!”
“코치님, 빨리 데려가 주세요.”
“너무해, 승길-!”
코치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승길은 무엇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리고 붉어진 귓불만 보여주고 있었다.
유리온아이스 전력 60분 주제 : 「의외의 모습」
연습은 힘들지만 매일 이곳에서의 연습은 잠시나마 나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반가운 얼굴도.
“승길!”
이 승길. 여행차 한국으로 왔을 때 만났다. 우연히 아이스링크장에 가게 되어 잔뜩 신이나 있었는데 그 안에서 이미 연습하던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가 이승길이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작년 어딘가의 대회에서 본 적 있었으니까. 대회는 가물가물해서 기억에 없지만 만난 사람은 분명히 기억한다. 싸늘한 분위기에도 나름 귀여운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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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아침을 기어코 안 먹겠다고 그래서 야채죽이라도 싸 왔다. 이거 다 먹기 전까지 링크 위로 안 올려줄 거야.”
“…아침은 원래 안 먹었,”
“빨리 다 먹어. 코치로서 명령이다.”
심각한 표정이었지만 놀라운 실력으로 채소를 걸러 밥만 골라 먹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었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자마자 나는 깜짝 놀라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어 시선이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승길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쳐다보는 내가 불편했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리다 다시 죽으로 고개를 내리고 채소를 골랐다. 나는 그 모습을 얼마 동안 지켜봤는지 코치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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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어, 어? 나?!”
“아까부터 뭔데, 왜 자꾸 쳐다봐.”
“으악! 내가 그랬어?!”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으로 땀을 닦는 승길.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면 귀엽게만 느껴졌다.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그에게 생글생글 웃어 보였다.
“승길~ 링크장 들어온 기념으로 나랑 사진 하나만 찍자!”
“싫은데.”
“그러지 말고~, 응? 업로드 해야 한단 말이야! 많은 사람이 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승길이랑 사진 찍고 싶어!”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다시 연습을 시작하는 모습에 재빠르게 링크장 가까이 내려가 연습 중인 그가 보이게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업로드. 뿌듯함을 안고 링크장에 오를 준비를 했다. 끈을 묶는 동안 작은 소리에도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넘어졌는지, 트리플 살코와 더블 콤비네이션을 성공했는지, 4회전을 시도했는지, 내 쪽으로 오는지. 내 쪽으로…. 내 쪽으로 와?! 나는 끈을 다 묶지도 못했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눈을 맞추었다.
“깜짝이야.”
“승길! 나 연습하는 거 봐줄래?”
“뭐? …싫어.”
“봐준다고?! 우와~, 고마워!”
“내가 언ㅈ…!”
“보여주고 싶었어! 쭉, 처음 봤을 때부터.”
“…….”
“이제 봐줄 이유가 생겼지? 연습하면서 조금만 봐줘도 괜찮아!”
“알았어.”
좋았어! 속으로 환호성을 외치고 자리에 앉아 끈을 꽉 붙들어 맸다. 볼을 짝짝 때리며 정신을 차리고 링크장에 올랐다. 크게 심호흡을 하며 음악에 따라 몸을 맡겼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이쪽을 바라보지도 않고 자신의 연습에 빠져 있지만, 곧 봐주겠지. 그렇게 믿고 있었다. 노래가 점점 끝을 향해 치달았고 나는 더욱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마지막 4회전에서 결국 넘어져 버렸다. 빙판에 얼굴을 박아버려 정신이 혼미했는데도 빠르게 일어나 연기를 이어갔다. 이 부분에선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다른 프로 선수들 같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해줄 말을 기다렸다. 역시 넘어졌을 때 점수가 팍 깎였겠지? 숨을 헐떡이면서도 내심 그가 잘 봤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어ㄸ,”
“너, 피..!”
승길은 휴지를 들고 내 쪽으로 다가와 코에 휴지를 가져다 대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그의 이름을 부르자 나가서 피나 멈추고 말하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다가와 내 걱정을 해주는 승길의 모습에 숨이 차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기뻐서 그런 것 같았다. 링크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아 휴지로 코를 막고 그를 올려다봤다. 그는 난간에 턱을 괴고 내 상태를 살폈다. 나에게서 무언가 대답을 바란다고 생각해 무작정 괜찮다고 말했다.
“승길, 난 괜찮아!”
“퍽이나. 너 코 깨진 거 아냐?”
“으음.. 모르겠어.”
“거봐. 피 멈추면 코치랑 병원 가.”
그렇게 말하고 무심히 등을 돌린 승길이 연습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피는 멈춘지 오래지만, 고통이 가시질 않아 병원에 한 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현기증이 밀려왔지만, 어찌 중심을 유지하고 그를 불렀다.
“승길~!”
“코피는.”
“많이 나아졌어. 이제 슬슬 가보려고!”
이만 가볼게! 나는 가방을 메고 일어나 웃어 보였다.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은 다급하고 절제되지 않은 목소리.
“잠깐, 만.”
나는 다시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나를 붙잡아 주었다. 그가 먼저, 나에게.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승길.”
“다시, 보여줘.”
“응?”
“나중에, 병원 다녀와서 다 괜찮다고 하면 그때 다시 보여줘. 4회전도 성공해서.”
“승길..?”
“그러니까, 기다리겠다고….”
그대로 그에게 걸어가 꼬옥 안았다. 그 표정은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그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와 같은 온도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승길, 꼭 보여줄게. 나 열심히 연습할 테니까.”
“됐고, 이제 떨어져.”
“으, 싫어! 가기 싫어!”
“코치님, 빨리 데려가 주세요.”
“너무해, 승길-!”
코치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나는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승길은 무엇이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리고 붉어진 귓불만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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