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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온 아이스

[카츠유리] 유리

놑트 2016. 11. 5. 23:47
[카츠유리] 유리
유리온아이스 전력 60분 주제 : 「약점」

항상 생각했다. 이 녀석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무엇인지. 흔들어보려고 했다. 미래의 코치도, 항상 옆에 있었던 남자 피겨의 전설도 뺏긴 시점에서 그를 헐뜯고 싶었다. 실패하는 모습을 보고 웃음거리로 삼거나 나와 비교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카츠키 유리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
“유리오?”
“좋냐…? 다 뺏어가니까 좋냐고.”

결국, 금메달까지도, 다 빼앗아버렸어. 어디까지 뺏겨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주고 싶지 않았던 금메달은 당당히 그의 목에 걸려 있었다. 카츠키 유리에게. 수많은 꽃다발과 빅토르의 시선까지 한몸에 다 받아내며 말이다. 도르륵,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다 가져갔어, 네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유리,”
“그렇게 좋아? 하나부터 열까지 이제 네 손에 다 들어가는 기분이 어때? 빅토르가 받을 메달, 코치가 되면서 이제 네가 다 가지는 기분은 어떠냐고!!!”

벽에 등을 기대고 주르륵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흐느꼈다. 일본에서 그에게 져서 돌아와 연습에만 매진했다. 내게 부족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고 아직 변하지 않은 몸을 가지고 가장 큰 위협이 될 무기를 만들기 위해 쉴 새 없이, 미친 듯이 연습했다. 어찌 보면 집착이었다. 우승에 대한 집착. 그만큼 라이벌이라 견제할만한 그를 이기려고 필사적이었다.

“미안해.”

그의 말에 고개를 살짝 들어 모습을 확인했다. 미안하다고 숙인 고개, 그 상태로 내민 손이 얼마나 얄미웠는지 몰랐다. 팔을 내치려고 했다. 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항상 먼저 손을 내민 쪽은 그였다. 이해하기 힘들었다.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는 이유도, 잡기 전까지 거두지 않는 손도.

그래서 잡았는지도 모른다.

끈질기게 버티는 손을 잡고 일어나 아직도 촉촉한 눈가를 소매로 벅벅 문질렀다. 그 모습을 보고 놀림거리로 삼거나 비웃을 수도 있었는데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뭐가.”
“응?”
“넌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잖아.”
“…….”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잘해주는 건데.”

그렇게 널 깎아내리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약점 하나라도 찾아내려 아등바등했는데. 카츠키 유리는 그저 나를 유리오로만, 유리 프리세츠키로만 보고 있었다.

“유리오 군은 내 라이벌이자, 친구…같다고 생각했어.”
“하아-?! 내가, 친구?”

어이가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나이도 나이였지만 나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많이 달랐다. 더 미워하고 싫어해도 되는데.

“유리오 군은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날 나쁘게 생각해도 상관없어! 실제로.. 빅토르도, 금메달도. 내가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어. 빅토르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계속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을 테니까.”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쳇, 여태 연습한 보람이 없잖아.”

혀를 차고 입고 있던 져지의 모자를 눌러썼다. 링크장의 쌀쌀한 공기도 그렇고 울고 난 직후라 콧물이 내려와 훌쩍거렸다. 우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그의 눈을 똑바로 올려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내년엔 은퇴나 해라, 이 돼지야. 다음 세대 금메달에 신기록도 마구 세울 거고, 전설이 되는 건 나니까. 알았냐?!”
“ㄱ, 그래! 얼떨결에 대답해버렸다..”

뒤에 이상한 중얼거림이 들렸지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짜증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이 녀석하고 같이 있으면 그랬다. 멋진 말은 자기가 다 하고 그저 뒤에서 그를 더욱 빛나게 하려고 존재하는 라이벌일 뿐이지만, 지금만큼은 그가 말한대로 ‘친구’이고 싶었다.

“다음엔 내가 이길 거야. 아직 다 끝난 것도 아니니까. 돼지.”
“윽, 나도 지지 않을 거야.”
“하! 빅토르한테 또 징징-,”
“으아악! 아냐!!”

그는 내 말을 막으며 부정했다.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나가려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링크장에 울려 퍼졌다.


“나, 나는 유리오 군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확실히, 끝까지 다 봤으니까!!”


봐, 줬구나. 순간,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내 뒤에서 소리치고 있는 녀석 때문이기도 했다. 잠깐 멈춰 서서 그의 말을 듣고는 바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쪽팔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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