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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즈

[벨져릭] 선물.

놑트 2015. 3. 27. 17:16

[벨져릭] 선물.

벨져릭 전력 주제 : 「선물」


"릭 톰슨..!"


나는 빠르게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왔소?"

"이런, 망할.."


오자마자 그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나는 욕부터 내뱉어버렸다.


"오자마자 욕을 하다니,.. 내가 다친 게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소?"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 몸으론 게이트를 열 수 없지 않은가."

"세상에, 하느님."


그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마른 세수를 했다.

뭐라 할 말이 없었던 나는 가만히 있었다.


"하,.. 정말 날 게이트를 여는 수단으로밖에 안 보인단 말이오? 그렇게 숨이 멎도록 뛰어왔으면서?"

"..."

"그건 내가 다친 것이 걱정되어서가 아니오?"


그는 집요하게 내게 질문했다.

어떤 대답이 듣고 싶었는지 눈치챌 때까지 나는 그의 눈을 피하고 있었다.


"정말? 정말 아니오?"

"...더 이상 못 들어주겠군. 그대가 보고 싶었다, 릭 톰슨. 걱정도 되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거늘, 어찌 병상에 누워 나를 맞이하는 것이냐."

"..."


본인이 생각한 대답과는 조금 달랐는지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흠, 뭐.. 미안하오."

"반응이 시원찮군."

"그야 보고 싶었다는 말까지는 기뻤는데 병상에 누워서라는 말은 기분이 나빠서 말이오.."

"하, 사실 아닌가? 지금 누워있는 건 누구냐."

"... 나요."

"그렇지. 그런데 왜 기분이 나쁘다는 거지?"

"내가 다치고 싶어서 다친 건 줄 아시오?! 윽!"


그는 내 말에 흥분했는지 소리치다 배를 감쌌다.


"쓸데 없이 휩쓸리지 마라. 상처 벌어진다."

"이게 누구 때문인 줄 알고..."

"나 말인가?"

"여기 그대 말고 또 누가..!"

"쉿. 그대의 상처가 벌어진다고 두 번째 말하는데."


나는 그가 소리치려는 타이밍에 맞춰 입술에 검지를 대고 최대한 나긋하게 말했다.

그는 신음을 삼키고 나를 바라봤다.


"... ... 벨져. 너무, 가까워..."

"지금 그것이 문제인가?"

"나, 나한테는..?"

"눈치 없군. 그냥 바라보면 될 것을."

"그대가 눈치 없다는 말을 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만. 일어나 봐. 피 냄새가 나는군."

"... 이런."


그는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몰랐다는 표정이다.

냄새가 은은하게 배어 나와도 피는, 피.

인상이 절로 지어졌다.


"일어나. 옷 올리고 가만히 있어."

"... 뭐요?!"

"보면 모르겠나. 붕대를 갈아주겠다는 말이다."

"아, 아니. 괜찮소! 그대가 해줄 필요는 없어. ㄴ, 내가 하겠소.."

"조그만 호의를 베푸려고 했더니 마다하는군. 어디 한 번 해봐."

"..."


나는 그가 직접 붕대를 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하겠다는 말에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내가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는 머뭇거렸다.


"나, 나중에.."

"혼자서 하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당장 올려."

"그러니까 나중에.. 으윽!"


나는 앉아있는 그를 쓰러뜨리듯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내가 너의 몸을 보는 게 수치스러운가? 상처를 치료한다는 게 안 믿기나?"

"..."

"말을 해봐, 릭 톰슨."

".. 그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소."


내게서 눈을 돌리고 말하는 그의 태도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릭 톰슨, 너의 부상에 대해서 나는 아는 것이 없다."

"..."

"어디서 다쳤는지, 누구에게 다쳤는지, 왜 다쳤는지도 모른다."

"... 내가 다쳤다고만 말했을 테니까."

"그렇다. 물론 부상, 패배, 실수.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동료가 다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

"벨져..?"

"다치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하나. 내 경고를 가볍게 여긴 너의 잘못이다, 릭 톰슨."


나는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붕대를 찢었다.

피 냄새가 더욱 강하게 코를 자극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뜯어냈다.


"윽, 너무 과격하군.."

"미안하군. 난 살살할 줄 모른다."

"알았소.. 이제 일어날 테니 붕대나 감아주시오."


그는 내게 졌다는 표시로 양손을 들어 올리고 내가 일어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이제야 말을 듣는 건가."

"그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그대를 누가 이기겠소."

"충분히 이길 수 있었거늘."


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일어났다.

그가 떨어진 붕대를 주워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꽤나 크게 다쳤군. 이 상태로 돌아왔단 말인가."

"전쟁터에서 죽기는 싫어서 말이오."

"지금은 장난치자고 건넨 말이 아니다."

"알고 있소. 장난이라도 쳐야 덜 우울하지."

"하아, 정말 너라는 자는.."

"하하하, 그러니 이제 인상은 그만 쓰고 웃어주시오. 예쁜 얼굴 망가질까 봐 무섭소.. 윽?!"

"예쁘다 말고 아름답다 해주면 좋겠군."

"그렇다고 말도 안 하고 소독을 해..?!"

"그럼 일일이 말해줘야 하나."

"..."


기가 차는지 그는 입을 다물고 있다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픈 곳을 건드린 건지 그가 소리를 질렀다.


"아! 벨져..!! 아프다고 몇 번을..!"

"쓰읍, 가만히 있어라. 그러다 잘못하면 더 고통스러울 거다."

"...벨져, 지금 정말 무서워. 마치 돌팔ㅇ..."

"응급 처치 경험은 있다. 너 같은 짐들을 전쟁터에서 몇 번이나 치료해야 한다니 아직도 골치가 아프군."

"그거 다행이군. 사람 하나 죽을뻔했소."

"살인 현장이 보고 싶은가? 아니, 넌 보지 못하겠군. 이미 죽어있을 테니까."

"벨져?! 그.. 그만!! 칼 내려놓으시오..!"


조금씩 맘에 들지 않게 말하는 그에게 참다 참다 칼을 드니 바로 꼬리를 내린다.


"... 장난이오. 내가 잘못했소."

"알고 있지만 기분이 썩 좋진 않군."

"글쎄, 미안하다니까.."

"소독은 끝났다. 이제 붕대를 감을 건데 조금 아플지도 모르겠군. 최대한 살살해보도록 노력하지."

"... 부탁하겠소."


나는 힘을 최대한 절제하고 붕대를 감았다.

살살, 가장 힘 조절이 힘든 말이었다.


'젠장.. 힘이 들어갈 것 같군.'


손이 떨렸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갈 때마다 그는 신음을 삼켰고 그럴 때마다 손이 멈췄다 움직였다.

그는 떨고 있는 내 손을 살짝 잡아주며 말했다.


"하하.. 벨져, 손까지 떨 필요는 없잖소."

"... 그게 내 마음대로 됐다면 벌써 다 감고도 남았다."

"나는 괜찮으니까 평소대로 해도 돼."

"또 두 번째군. 릭, 그것이 내 마음대로 됐다면 벌써 감았다."


그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손의 떨림이 멈추고 나는 그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자, 이제 됐지? 얼마 안 남았으니 마저 감아주시오."


나는 대답을 생략하고 붕대를 감는 것에 집중했다.

손이 다시 떨릴 것 같았지만 그가 잡아줬던 손 덕분에 떨림이 덜했다.


"됐다. 완벽하군."

"오, 움직이기 편하군. 고맙소."


그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꽤나 오랜만에 보는 그의 웃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었던 것 같다.

살짝, 그의 상처 난 부분 바로 위, 붕대에 입을 맞추며 말한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군."

"벨져?! ㅁ, 무슨 짓을.."


그는 얼굴을 붉히며 내 행동에 이유를 물었다.


"빨리 나으라고. 그것뿐이다."

"배에 입을 맞추는 자가 어디 있소..!"

"너와 나의 사이에 이 행동이 방해였나?"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됐다. 얼굴이 빨갛군, 열도 오르는 건가?"

"이게 또 누구 때문인데.."


릭은 몸을 돌리고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여전히 그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새빨간 사과 같군."

"놀리지 마시오. 그대의 행동은 날이 갈수록 능글맞아.."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그.. 벨져, 잠깐 이쪽으로 고개 좀 숙여주시오."

"... 그러지."


나는 그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몸을 숙여 그와 눈을 맞췄다.


"이제 그대는 다시 일을 하러 가야겠군."

"뭐, 그렇지. 누구 때문에 복귀가 늦겠지만."

"...아 글쎄, 미안하다니까 뒤끝 참.."

"내가 그렇게 미련한 사람으로 보이는가?"

"지금 그럴만한 행동을 충분히 해놓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어떤 행동이 미련 맞은 행동인지 모르겠군."

"..."


그는 내 대답에 어이가 없었는지 또 입을 다물었다.

그 이후로 정적이 계속 이어지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주시오."

"이렇게 말인가?"

"딱 적당하군. 조심히 다녀오시오. 이건 아까 그대가 해준 것처럼 내 그대에게 보답하는 선물이오."


그가 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


"선물이라... 고맙군,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겠어."

"다치지도 마시오. 건강히 돌아오면 다음은 입에다 해주겠소."

"이번 임무는 가장 빨리 끝나겠군."


나는 그에게 웃어주고 나가기 전, 문 앞에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대의 선물, 기대하고 있겠다. 기다림에 보답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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