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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퍼즈

[벨져릭] 아이 돌보기

놑트 2015. 2. 19. 19:15

[벨져릭] 아이 돌보기

벨져릭 젼력 주제 : 「아이와 어른」


"늦어.... 그 아이는 뭐지?"


오늘은 시간이 비어 퇴근하면 반겨주려고 했건만 시간도 늦었고 못 보던 짐, 아니 아이를 데려와 할 말을 잃었다.


"그게 말이오, 벨져.. 이 아이가 우리의 아이요."

"그런가. ... 뭐?"


설명을 할 줄 알고 그냥 무심히 말을 건넸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럴리가 없지.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는 건가.


"하하하! 장난이오, 설마 이 아이를 내가 낳았을리 없잖소?"

"알고 있다. 그러니까 검을 들기전에 얼른 바른 답을 말해."


나는 조금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가 아이를 데려왔다는 것은 돌봐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 회사 부장님이 이번에 여행을 가게 됐는데 동반 1인 한정이라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하더군. 내가 아주 잘 돌보는 사람을 아는데 맡아드리겠다고 했... 헉! ㅂ..벨져?!"

"그 아주 잘 돌보는 사람이 나를 말하는 건가?"

"저.. 그게... 이, 일단 그 검부터 내려놓고 말해주시오..! 아이가 내 품에 있단 말이오..?"

"상관없다. 아이는 베지 않아. 너만 맞게 할 수 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소..!"


나는 자리에 앉아 이마를 짚었다.

아이라니.

그것도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어린아이를 내가 어떻게 돌본단 말인가.


"... 아이를 돌본 적이 있나?"

"아니! 없소!"


어떻게 저렇게 당당히..


"그러면서 아이를 데려와?"

"... 면목없소. 너무 귀여워서 그만.."

"하아, 내가 네 녀석 때문에 늙는 것 같아."

"늙으면 안 되는데! 지금처럼 아름다워야 할 텐데!"

"... 말을 말지. 그것보다 얼른 아이부터 내려놔. 불편해 보이는군."


본인이 잘못한 건 하나도 모르고 태평하게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모습에 화가 사그라들었다.


'나름 잘 어울리는군.'


그가 아이를 내 침대에 내려놓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 또한 멍하니 그와 아이를 번갈아 응시하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곤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고. 내일까지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소. 내일 오후에 데리러 온다고 했소."

"... 주소까지 팔린 모양이군."

"아하하.."


또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는 정말 자신 없었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내일은 릭이 회사를 쉰다는 것이었다.


"뭐, 내일은 너도 저택에 있을 테니 그나마 안심이군."

"그렇지? 내가 일일 어머니가 되어주겠소! 벨져는 아버지가 돼주시오!"


아버지라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벨져?"

"... 그건 내일 일어나보면 알겠지. 너도 밤이 늦었다. 어서 자."

"응, 아이는 잠시 부탁하오.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찾아오겠소. 좋은 꿈꾸시오, 벨져."

"너 또한. 잘 자라."


그렇게 짧게 입을 맞추고 그는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책상 위 서류들을 대충 정리한 후 잠든 아이 옆에 누웠다.

침대에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니 조금 불안했다.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설마 잠에서 깨어나 울기라도 한다면..'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고 생각한 나는 평소처럼 편히 자려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정말 아이가 내가 일어나기 전까지 편히 잠들길.

.

.

.

.

"벨져, 얼른 일어나보시오. 벨져!"

"으윽, 시끄럽다.."

"지금 아이가 일어났단 말이오! 계단에서 넘어질 뻔한 걸 겨우 잡았소..!"

"!!! 아이는!"


아이가 떨어질 뻔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정말 아이를 데려와야 할까 봐. 그대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 설마."

"응. 거짓말이오. 좋은 아침, 벨져."


그는 내 머리맡에 앉아서 벌떡 일어난 나를 보고 웃었다.


"이런... 정말 맘에 안 들어, 릭 톰슨."

"하하하, 아이는 정말 일어났소. 오늘 일일 아버지인 벨져 홀든이오! 아가양, 인사하시오!"

"아이 데리고 뭐 하는 짓이냐."

"왜 그러시오- 놀아주는 중인데."


릭은 아이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그 작은 손을 들고 장난치는 릭을 보니 정말 아이 엄마처럼 보였다.


"자, 아가양? 아~ 해보시오!"

"잘 먹나?"

"오! 먹성 좋은 아가양이군! 먹는 모습이 참 귀엽소."

"언제 아이가 아가양이 된 거지.."

"벨져가 자는 동안 잠깐 놀아줬는데 아직 아가라서 그냥 아가양으로 부르기로 했소. 불편하시오?"

"아니, 그런 건 아니다만.."

"혹시 질ㅌ..커헙!"

"조용히 하고 식사나 마저 하시지."


나는 릭의 입에 빵을 구겨 넣듯 넣어주고 식사를 끝냈다.

릭도 밥을 먹어야 하기에 아이는 내 무릎에 있었다.


"밥은 잘 먹었나?"


아이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의미를 모르는 옹알이를 하며 웃었다.

손을 내밀자 손가락도 잡아주었다.


"... 잡을 줄은 몰랐는데."

"아가가 맘에 들은 모양이오!"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벨져도 알 수 있을 거요. 아가양의 표정을 보면 되잖소!"


그리고 확인한 아이의 얼굴은 정말 좋아 보였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같이 맑고 화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릭이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나는 거의 끌린 것처럼 멍하니 아이를 응시했다.


"오! 이렇게 밝게 웃는 아이였다니, 정말 귀엽소."

"그렇군."


식사가 끝나고 다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아이를 그에게 넘겨줬다.

그는 아이를 돌보는 게 처음이라고 했지만 나보다 훨씬 능숙하게 아이를 놀아주고 있었고 나는 거기에 수발들듯 따라다녔다.


"벨져, 만약 이 아이가 정말 우리 아이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느꼈소."

"그런가."


그는 아침에 가져온 장난감들로 열심히 아이를 놀아주었다.


'정말 열심히군..'


"벨져! 이리 와보시오!"

"또 무슨 일.."


그는 내가 다가가자 아이를 안아올려 내 볼에 뽀뽀하게 했다.


"귀여운 짓만 골라서 해주는군."

"그렇지? 이 귀여운 아가양이 해준 거라오!"

"그게 아니라 너 말이다, 릭 톰슨."

"... 나를 말하는 거요?"


나는 일어나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릭과 나는 아이의 곁에만 있었다.

볼살을 쓰다듬거나 머리를 손질해주고 장난감을 들고 놀아주거나 걷는 연습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물론 나는 거들기만 했고 릭이 거의 다 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아이의 부모는 아직인가?"

"그.. 그러게 말이오. 곧 온다고 했던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연락이 한 번도 없다니.. 아! 왔소!"


창문을 가리키는 그의 손가락에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저택에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나가지그래. 아이를 부모에게 데려다 주고 와라."

"아아, 잠시만. 우리 사진 한 장 찍겠소?"

"무슨 소리지? 남의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자니 품위 없는 말이다, 릭 톰슨."


나는 그를 문 밖으로 떠밀면서 말했다.

그는 밀려나면서도 아쉬운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자, 기습이오!"


찰칵 소리가 나면서 릭은 밖으로 도망치듯 뛰어나갔다.

나는 방금 아이에게서 들렸던 까르륵, 하는 웃음만이 귀를 맴돌고 있었다.


"이런. 나 또한 정이 들어버린 모양이군."


열린 문틈 사이로 부부와 릭이 떠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를 넘겨주고 돌아오는데 표정은 나가기 전보다 더 아쉬워하고 있었다.


"릭. 꽤나 아쉬운 모양이군."

"그렇소. 정말 재밌게 놀았는데 말이오.."

"하. 얼마나 친했다고."

"윽, 그러는 벨져는 얼마나 친했다고 그러시오!"

"..."


나는 할 말이 없어져 가만히 있었다.

정말 아이와 나는 그렇게 친하지 않았고 릭은 나보다 아이를 안은 횟수가 배로 많았다.


"우리 아이도 아닌데 그렇게 친해질 필요는 없다."

"벨져?"

"네가 우리의 아이를 낳아준다면 정말 잘해줄지도 모르지."

"... 어.. 그러니까, 벨져..?"

"농담이다. 얼른 뒷정리나 해. 장난감이 이게 뭐냐."

"잠시만 방금 뭐라고.."


내가 생각해도 정말 어이없는 말이었다.

릭이 내 아이를 낳아온다면..이라.

뭐, 생각만으로도 재밌겠군.

너와 나의 아이라면 얼마나 흥미로운가.


"벨져..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면 내가 어떻게 되겠소..!"

"지금 그 얼굴만 봐도 알겠군. 왜, 임신하는 생각이라도 했나?"

"으으, 놀리지 마시오!"


그는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뭐가 부끄러운 걸까.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늘밤, 임신이 되면 고맙겠는데."

"... 적당히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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