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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

[오이이와] 쇼핑.

놑트 2015. 2. 10. 18:48

[오이이와] 쇼핑.


"이와쨩~ 이와쨩~"

"윽, 오이카와?"


이 녀석은 오이카와 토오루.

정말 끈질기게도 달라붙는 녀석이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서 그런 걸까.

나도 그 녀석 곁에 있는 게 나쁘지 않았고, 그 녀석도 나랑 다니는 게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는 부모님들에게 있었다.


"토오루!! 또 이와이즈미랑 있었던 거니?! 엄마가 이 애랑 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어!!"

"토오루? 이 아빠도 같은 입장이란다. 격이 다르면 노는 물도 달라야지! 또 허구한 날 배구한다고 다쳐 오는 것도 모자라 그 아이하고도 놀고 있다니... 이 아빤 참 걱정되는구나."


오이카와네 부모님들은 우리 가족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앞에서 우리 가족과 다니지 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 녀석은 커서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고 나는 평범한 회사의 평범한 사원이 되어 있을 테니까.


"오이카와씨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토오루!! 얘가 진짜..!"

"뭐!! 오이카와씨가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달라붙는 이름만 친구인 애들보단 싸우고 배구하면서 친해진 이와쨩이 진짜 친구잖아! 그 친구랑 다니겠다는데 뭐가 문제에요? 말해봐요!!"


오이카와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많이 화났나.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에 오이카와의 옷깃을 잡았다.


"야.. 오이카와."

"이와쨩은 가만히 있어."

"토오루. 난 네가 왜 이 학교에 가게 해달라고 졸랐는지 알 것 같구나."

"응, 맞아요. 이와쨩이랑 같이 다니려고."


처음 듣는 소리들이 난무했다.

나와 오이카와 사이에 벽이 생긴 것 같았다.

정말 나와 오이카와는 계급이 다른 사람이니 노는 물도 다르다 이건가..

돈이 많은 집안일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 거짓은 아니었다.

오이카와를 보면 알 수 있었다.


"토오루... 이 엄마는 실망했단다. 그리고 너와 이와이즈미는 전혀 다른 세계의 아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구나."

"아뇨, 오이카와씨와 이와쨩은 같은 세계에 살고 있고 친구에요! 이 말은 절대로.. 절대로 변하지 않을 테니까!!!"

"토오루!! 얘!!"

"이와쨩 가자."


오이카와가 내 손을 붙잡고 무작정 뛰어갔다.

한참을 지나서야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었다.


"야, 오이카와."

"..."

"망할카와 나 힘들다고."

"..."

"이 진짜.. 망할 오이카와!!"


내가 잡은 손을 풀고 오이카와의 엉덩이를 발로 힘껏 차고 보니 그 애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엇, 야... 아팠으면 진작 말해주지.. 너무 세게 때렸나.."

"그게 아냐!! 아니라구!!"

"그게 아니면 뭔데!!"

"이와쨩은.. 분하지도 않아?"

"뭐가."

"뭐가라니!!! 이와쨩은 우리 부모님한테 그렇게 들어놓고 분하지도 않아?! 오이카와씨는 정말 분해.. 정말 분하다고.."


이제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하는 오이카와를 어떻게 달랠 수도 없었다.

그저 묵묵히, 오이카와가 하는 말을 들어줬다.


"급? 급같은게 어딨어!! 내가 부자면 다야? 진짜 마음 열고 다가오는 애가 없는데, 이게 좋은 거냐구!! 근데 이와쨩.. 이와쨩만은 달랐어.. 흐으.. 나한테 진짜 친구가 되어줬단 말이야!!"


진짜 친구라..

확실히 나는 오이카와가 부잣집 도련님일 줄은 몰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몰랐나 할 정도로 오이카와는 정말 유명했고 집안이 좋았다.

그래서 그 주변에 오이카와에게 잘해주는 애들은 전부 돈이 탐나서, 친하게 지내면 뭐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접근하는 애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배구할 때의 이 녀석은 학교에서 여자애들하고 히히덕거리던 녀석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연습과 노력, 집중력이 대단했고 그만큼 배구를 좋아했다.


"야. 오이카와."

"왜.."


울어서 그런지 계속 훌쩍거린다.

조금 짜증 나지만 오늘만 봐준다!


"뭐 먹으러 갈래?"

"이와쨩은.... 악!"

"또 엄마냐고 물어보면 죽여버린다, 망할카와."

"아냐!! 아와쨩은 내 애인.. 악!!"

"그거나 그거나잖아!!!"

"미안하다구!! 오늘은 오이카와씨가 잘못했으니까 전부 쏠게!! 먹고싶은 걸 말해봐, 이와쨩!"


그 얼굴이나 어떻게 해봐...

눈물에 콧물에.. 범벅이 된 얼굴로 다 쏘겠다는 말을 해도 하나도 기쁘지 않아..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해서 오이카와의 옷으로 어떻게든 닦아냈다.


"잠시만 이와쨩..?"

"왜."

"그럼 내 옷이 더러워지잖아?!"

"사 입으면 되잖아, 망할 오이카와."

"싫어!! 이와쨩 사줄 거란 말이야!"

"그럼 그대로 다니면 되겠네."

"너무해!!"

"그럼 사 입으라고."

"싫어!! 이와쨩 사줄.. 악!"

"똑같은 말 하지 마."

"이 오이카와씨가 백화점을 보여줄게!"

"...뭔가 짜증 나지만 알았어."


또 손을 잡고 뛰어간다.

우리가 애냐?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뛰어가는 거야.


"오오, 이와쨩!! 이거 사줄까? 배구공!"

"무슨 배구공을 사? 아직 멀쩡해."

"그럼 이건? 이 색깔 이와쨩한테 잘 어울려!"

".... 시계잖아."

"응! 어때? 멋지지!"


금색.. 정말 비싸 보이는 시계를 가리키곤 어울린다니..

가격표를 보니 0이 몇 개야..


"야.. 너무 비싸잖아."

"괜찮아, 괜찮아~ 오이카와씨는 다 사줄 수 있어!"

"..."


저 녀석 정말 부자인 것 티 내나.

저 말투가 그 당당함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정말 짜증이 치밀었다.


"오! 이와쨩 이 옷 어때!! 이와쨩한테 잘 어울리는 거 같아!"

"... 가격이.. 오, 저 참고서 여기서 팔고 있네.."


가격에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저번에 사려고 봐둔 참고서가 눈에 보였다.

근데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바로 반응한다.


"응? 사! 사!! 내가 다 사줄게, 이와쨩!!"

"혼잣말도 곧바로 알아듣냐.."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내가 다~ 사줄게, 이와쨩!"

"그럼 일단 저 참고서 두 개."

"응!! ...엥? 두 개?"

"그래, 두 개. 너도 공부해야 할거 아냐."

"아.. 아하하.. 응. 공부해야지.."

"됐어. 하나만 사. 너 공부 시키려면 일단 내가 알아야 하니까. 일단 풀어보고 너한테 알려주면 되겠네."

"이와쨩.. 천사!! 천사야!!! 많이 알려줘? 집.. 이 아니라 카페로 가서 질리도록 알려줘!"


이 녀석.. 뭐가 그리 기쁜 거야.

내가 알려준다는 게 그렇게 기쁜가?

그러다 살짝 짓궂은 장난이 생각나서 웃으며 말했다.


"딱히 기뻐할 일도 없을 텐데. 망할카와, 네가 이해를 못하면 때릴 거야. 맞으면서 기억하는 게 머리에 빨리 들어온다지?"

"으윽.. 이와쨩 악마야.. 완전, 천사의 탈을 쓴 악마!!"


매번 보는 거지만 이 녀석 놀리면 돌아오는 반응이 장난 아니게 재밌어서 가끔 이렇게 놀리곤 한다.

신선해서 질리지도 않아.


"그래 그래, 다음은 어디를 둘러볼까.."

"이와쨩..? 갑자기 살 마음이 생긴 거야?"

"응? 왜. 네가 사준다며, 사고 싶었던 것 전부 사야지."

"그.. 그런...! 내 카드가 털릴 거야.. 이와쨩? 오이카와씨 거지 된다구!!"

"네가 바라던 바 아니었냐."

"..."


이런, 너무 깊게 파고들었나..

무심코 아픈 상처를 찌른 기분이었다.

고개를 숙이길래 내가 잘못한 건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너무해!! 오이카와씨가 거지라니! 그런 일은 용서 못 해! 꽃거지야!! 오이카와씨는 꽃거지라구!!"


....내가 미쳤다고 저런 걸 걱정했다.

본인 입으로 '꽃거지'란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오냐, 오늘 아주 탈탈 털어서 정말 거지로 만들어주마.

그렇게 백화점을 돌아다니다 보니 출출해지길래 오이카와를 붙잡아 세웠다.


"야, 오이카와. 잠깐만."

"와아아~ 응?"


이제 기분이 좀 풀렸으려나.


"출출한데 밥이나 먹고 가자."

"에엑!! 벌써?"

"벌써라니, 지금 밖에 안 보여? 어두워지잖아."

"에이, 이와쨩 누가 잡아간다구~ 나밖에 없을걸?"

"너밖에 없겠지. 나 잡았다고 좋아할 놈은.."

"빙고, 이와쨩♥ 그러니까 안 놔줄 거야-"


항상 실실 웃는데 지금은 더 실실 웃는 것 같은데 뭘까.

기분 탓인가?


"어련하겠냐.. 얼른 먹을 거나 골라. 밥 먹고 들어가자."

"난 이와..컥!"

"조용히해."

"농담이라구, 농담!! 이와쨩은 너무 진지해..!"

"알았어. 그럼 이걸로 하나."

"이와쨩... 이건.....!"

"왜. 빨리 먹고 가자."

"커플 돈까스 세트?! 지.. 지금 이걸 같이 먹자는 거야..?"


평소랑 반응이 전혀 달라서 고민했다.

싫은 건가?


"싫어?"

"아니. 얼른 시키고 올게. 자리 잡고 기다려, 이와쨩."


갑자기 웃지도 않고 진지해져선 계산대로 걸어간다.

내가 잘못한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은 뭘까.


"시켰어!"


뭔가 돌아오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왜 자꾸 신경 쓰이게 하는 거야, 망할카와.

전부터 계속 신경 쓰이긴 했지만 이게 그런 마음인 줄은 몰랐다.

이게 틀린 마음이 아니라면 한번 말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오이카와. 밥 다 먹고 잠깐 얘기 좀 하자."

"응? 우리 둘만의 사랑의 이야기를 하자구?♥"

"너 좀 때려도 되냐."

"이와쨩 말 안 해도 때릴 거면서~"

"니 비아냥에 더 때리고 싶어지는 거야."


정말 때리고 싶었지만 음식이 나오는 바람에 참았다.


"이와쨩 아~"

"... 됐으니까 너나 먹어."

"아, 얼른! 아~"

"적당히 해!! 우리가 무슨 진짜 커플도 아니고.."

"에이~ 그러면서 얼굴 빨개진 건 뭐야~"


언제 얼굴이 빨개진 거지?


"뭐가! 그냥 먹으면 될것이지.."

"이와쨩 아~ 좀 먹어줘~ 응?"


왜 자꾸 먹여주려고 안달인지 영문을 몰라 계속 쳐다봤다.

계속 가만히 바라보아도 숟가락은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알았어. 이, 이번 한번만이다..! 망할카와!"

"응응! 이와쨩 고마워!"


그렇게 한입 받아먹고 그 이후로 너무 부끄러워서 말도 못 걸고 조용히 식사를 끝냈다.


"그..! 맛있었어.. 오이카와.."

"그래? 다행이야 이와쨩. 이제 살 것 다 산 거야?"

"응. 아마도?"


필요한 것뿐만 아니라 필요 없었던 것들까지 사주는 바람에 들고 갈 짐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더 살 생각 따윈 버리고 이제 집에 가려고 했는데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쳐다보는 거냐..?"

"응? 아, 내 표정 이상했어?"


그걸 말이라고 하냐, 바보카와.

이미 다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기 싫다는 표정이 너무 잘 보였다.


"아주. 집에 가기 싫다고 티를 내라?"

"그렇지만! 진짜인걸? 오이카와씨 그대로 나왔으니까.. 가기 싫다구.."


뭔가 멋대로 손이 머리 위로 올려졌다.

그리고 두어 번 쓰다듬으며 말했다.


"난 신경 쓰지 마.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응, 미안. 맞다! 그보다 아까 밥먹을때 다 먹고 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았어?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다구~"

"그걸 기억하고 있었냐.. 뭐.. 별건 아니고..."

"그럴 거야? 알려줘~ 알려줘, 이와쨩~"


정말 부끄러운 걸 어떻게 말하냐고!!

야 오이카와.

나한테 용기 좀 불어 넣어봐.


"ㅂ.. 부끄러우니까 이쪽 보지 말고 그냥 들어! 오늘 고맙다.. 안 좋은 일 있었는데 나란 놈 기분 풀어준다고 백화점까지 데려오고.. 고맙다. 좋아하고.. 나 하나만 더 사자!"

"응, 나도 좋아ㅎ... 엑!! 뭐야, 고백하는 거 아니었어?!"

"이럴 땐 뭐냐고 물어봐라.. 눈치 없는 망할카와 같으니.... 그.. 그..! 카드로 널 사는데 얼마나 드냐?"

"이와쨩.."


갑자기 와락 껴안는 바람에 놀라서 밀쳐버릴 뻔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아 가만히 있었다.

이 녀석 원래 이렇게 좋아졌던가.


"얼마라니, 공짜야. 이와쨩한테 난 항상 공짜로 있을게. 그러니까 날 사줘."


나는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오이카와를 마주 볼 수 없었다.

그저 말없이 꼬옥 껴안았다.

사랑해.

사랑한다고 망할카와.

...젠장,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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