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 *
프롤로그. 부상
“티엔 정.”
누군가 그를 증오에 가득 찬 목소리로 불렀다. 마치 복수의 칼을 들고 지금 당장에라도 그를 찔러 죽일듯한 목소리로. 하지만 티엔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평소와 같은 표정, 평소와 같은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평소와 조금 다른 것은, 언제나 여유롭던 그가 숨을 헐떡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부, 도망가자… 응? 뭔가 이상해! 저 녀석은 강하고! 인정하고 그만 가자고!!”
“내가 항상 말하지 않았느냐. 도망치는 것은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지금 몸 상태를 봐. 이러다간 사부도, 나도 다 죽어!”
“죽는 것이 무서운 건가? 두렵나?”
“이봐, 티엔. 지금 내가 말하려는 건 그런 뜻이 아니잖…”
“떠나라.”
하랑은 방금 들린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티엔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물었다.
“무슨 소리야?”
“매번 반복해서 학습해야 알아듣더니 지금도 다시 말해줘야 하는 거냐. 여기에서 떠나, 그랑플람에 있는 마틴과 브루스에게 합류하라고 말했다.”
“싫어.”
“하랑.”
멈출 줄 모르는 신경전에 주위에서 경계하던 적들은 티엔과 하랑의 기에 눌려 비틀거리고 있었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만이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참으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상황이네.”
“…….”
“그러다가 적은 내가 아니라 서로가 되겠어~”
“하! 그럴 일은 없어. 이렇게 의견 차이로 자주 싸운다고 해도, 싸움판에서 서로 적으로 모는 바보는 아니다-. 이 말이지.”
“풉, 좋은 사제지간이구나.
하지만,
이걸 어쩌지?
네 사부는 이제 곧 죽게 될 텐데.”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것이 꿈의 끝이라는 것을 알아도 그 상황에서 생각할 틈도 없이 놀라 깨어났다. 내가… 가짜라고? 식은땀이 흘러서 턱까지 내려와 손등에 떨어졌고 옷은 씻고 나와서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는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순간 시야가 흔들리며 중심을 잃고 침대로 다시 쓰러져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총으로 머리가 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파져 서랍 위에 올려둔 약을 잡으려 했는데 손을 헛짚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몸에서 저릿함이 느껴졌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버티지 못하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잠잠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약통을 잡아 손에 대고 털어냈으나 시야가 흐릿한 상태에 힘 조절도 안 되어 바닥으로 다 떨어졌다. 촉각만으로 알약 두 개를 주워 입에 집어넣고 물을 마셔 삼켰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고 점점 더 심해지는 통증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었다. 답답함에 소리도 내질러봤다. 벽에 머리도 부딪혀봤고.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크윽, 하랑아….”
나는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누구의 이름인지도 모르지만, 입이 움직였다. 혹시 그 아이의 이름일까,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을 다시 생각해보려 기억을 되짚었지만 이미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중에는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입으로, 내 귀로 들은 이름인데 어째서 기억나지 않는지 짧게 욕을 던지고 몸을 일으켜 바람이나 쐬며 기분전환 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나 혼자서만 끙끙거리고 있었다는 게 한눈에 다 보였다. 느긋하게 길을 걷는 사람, 하하 호호 떠들며 오전을 즐기고 있는 사람, 이리저리 뛰노는 아이들까지 행복해 보였다. 그들을 보고 있자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젖은 내 머리칼을 시원하게 흔들었다. 그렇게 난간에 기대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내 꿈에 항상 나오던 제자 아이는 누구이며 그를 찾으면 내 과거에 대한 기억이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왜 선생님이란 말이 사부로 들려 반응하고, 자꾸만 어린아이가 꿈에서 나오고 두통은 또…
“후우…….”
조금 숨을 돌리나 했더니 또 머리가 말썽이었다. 현기증까지 일어나 제대로 서 있기 힘들어 난간을 잡아 겨우 버텼다. 무언가 생각이 날 것 같은데 항상 실마리만 조금씩 남겨놓고 사라졌다. 처음부터 짚어보면 내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피투성이의 몸으로, 누군가의 옆에 있었다. 그 사람은 누구지? 이름은? 나이는? 정체가 뭐지? 온갖 질문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답을 찾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질문했다. 이 지긋지긋한 통증이 언제 사라지려는 건지 화가 날 지경이었다. 약이 없다는 것에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리고 이마를 짚었다. 그동안 약으로 버텨왔던 몸이라 그런지 더한 고통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바람 쐬러 나왔다가 아파서 돌아가기도 힘든 상태라니,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도 소리가 들리고 나서였다.
“사부? 사부야…?”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를 토닥이다 흐릿하게나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어느 남자에게 크게 다쳐 쓰러졌고 그런 나를 위해 대신 싸우고 있는 하랑이 보였다. 더 기억하려 했지만, 머리가 아파 그만두었다. 울고 있는 아이를 토닥이고 있자 마틴이라는 남자는 ‘먼저 나가볼게요.’라고 입 모양으로 내가 알아볼 수 있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참이 지났을까 고개를 드는 하랑의 볼이 눈물로 촉촉하게 젖어있어 손으로 문지르며 닦아주었다. 그는 조심스러운 손길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으며 내 손에 얼굴을 비벼왔다.
“방금, 그날 일이 떠올랐다.”
“뭐? 정말이야?”
“내가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는 동안 네가 나를 지키며 싸워주는 모습이 보였다.”
“쓰러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에이씨.. 쪽팔려.”
“뭐가 말이냐.”
“아냐, 아무것도.”
“…그때도 지금처럼 울고 있었겠구나.”
“윽, 시끄러워..!”
웃음소리가 병실에 낮게 울려 퍼졌다. 하랑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지만 이내 나를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한참을 떠들었을까, 내가 더 안정을 취할 수 있게 그만 쉬라는 말에 자리에 누웠다. 자꾸만 그를 잡고 싶은 마음에 병실을 나가려는 그의 팔을 붙잡았다.
“가지 마라.. 하랑아.”
-----------------------------------------------------------------------------
통판용 샘플입니다. :)
'신,구간 샘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서코 신간 'Love On Ice' 샘플 (0) | 2016.12.20 |
---|
- Total
- Today
- Yesterday
- 합작
- 아곤
- 아이실드21
- 유리온아이스
- 아곤세나
- 2월서코
- 피치승길
- 데빌배츠
- 데샹마틴
- 데이몬
- 사이퍼즈
- 빅토카츠
- 썰
- 카츠유리
- 아곤히루세나
- 콘고형제
- 운스이
- 맞리퀘
- 티엔하랑
- 히루마
- 릭마틴
- 히루세나
- 쥬몬세나
- 키드리쿠
- 마틴미아
- 다무토마
- 세나른
- 신세나
- 벨져릭
- 하이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