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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야말로. 유리와 함께해서 즐거웠어.”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빅토르는 나를 힘주어 껴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갈라쇼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모이는 뱅큇에서 은퇴 소식을 알렸고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뒤로 정신없는 날들이 지속됐다. 일본으로 돌아와서도 여기저기 불려 다녔던 터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빅토르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집으로 돌아와서 종종 몰래 어디론가 나가버리곤 했었다. 아마 남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쉬고 싶었던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가만히 빅토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었다. 나도 빅토르도 피곤했고 지쳤으니까. 이제 기다릴 사람, 반대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꿈만 같았던 시간들이 지나고 깰 시간이 온 것이다. 나도 있는 힘껏 그를 안아주며 작별인사를 했다. 더 말하면 아쉬운 마음만 커질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축내고 있었다.

 

“유리가 평생 은퇴하지 않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빅토르는 내게 이 말만 남기고 플랫폼 안으로 사라졌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네? 무슨 티켓이요?!"

 

갑작스런 선물에 눈만 동그랗게 뜨고 손에 쥐어진 것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도착지는 밴쿠버, 밴쿠버 국제공항으로 가는 티켓이었다. 생일 선물이니까 무르기 없고 받은 김에 서둘러 갈 준비를 하라는 억지스러운 말에 결국 저항을 포기했다. 한없이 신난 미나코 선생님과 마리 누나를 보고 옅게 미소 지으며 짐을 챙겼다. 그렇게 예정에도 없던 밴쿠버 여행이 시작되었다.

 

“유리, 유리-! 곧 착륙이야!”

 

비행기 안에서는 항상 연습에 전념하느라 모자랐던 잠을 채웠던 터라 충분히 자고 나온 오늘도 습관적으로 자버리고 말았다. 미나코 선생님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다 떠지지 않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곧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에 다들 분주해지고 있었다. 공항에서 바라본 밴쿠버의 모습은 온통 새하얀 세상이었고 그 위로 또다시 눈이 소복소복 쌓이고 있었다. 이제야 내가 캐나다에, 밴쿠버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한 가지 의문점이 이곳에 왜 왔는지를 예상하게 했다.

 

“여기 온 이유가 설마,”

“아하하…! 유리, 호텔부터 구경할래? 정말 마음에 들 거야!”

“그래! 나도 사진으로만 봤지만 깜짝 놀랐다니까…?”

“세계선ㅅ, 읍?!”

“가자! 가서 설명해줄게!!”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유리! 너 어쩔 셈이야?!”

“…….”

“이제 빅토르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며.”

“마리 누나, 미나코 선생님.”

 

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말을 꺼내면 좋을지, 어떻게 납득시켜야 할지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지고 있었다. 두 눈을 꼭 감고 비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지만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되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심장소리에 목소리가 같이 두근대며 떨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 ㅂ, 빅토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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